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 동결에… 우량 회사채마저 푸대접

에버랜드 등 수요예측 미달<br>일부는 아예 발행 취소 쓴맛<br>사모사채로 눈길 돌리기도

기준금리 동결 충격으로 우량 회사채마저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잇따라 냉대를 받고 있다. 대규모 흥행이 예상됐던 삼성에버랜드 등 우량 기업들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미달하자 일부 업체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사모사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년만에 회사채 시장에 컴백한 삼성에버랜드(AA+)는 지난 18일 실시한 기관 수요 예측에서 대량 미달사태가 발생해 체면을 구겼다. 오는 25일 3년물과 5년물 각각 1,500억원씩 회사채를 발행하는 삼성에버랜드는 수요 예측에서 유효투자수요가 총 1,600억원에 그쳤다. 3년물에는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려 0.8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5년물에는 단 300억원만 수요 예측에 참여해 1,2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25일 추가 청약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미매각 물량은 발행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인수단인 삼성증권ㆍ하나대투증권 등이 정해진 비율로 떠안는다.

수요예측 미달로 발행금리도 높아졌다. 삼성에버랜드의 3ㆍ5년물 회사채 발행금리는 모두 희망 발행금리 밴드의 최상단인 국고채 3ㆍ5년물 금리에 0.22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다소 충격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3일 회사채를 발행하는 SK텔레콤(AAA)도 쓴 잔을 맛봤다. 10년물 1,300억원, 20년물 2,300억원을 발행하는 SK텔레콤은 10년물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7년물의 경우 희망발행금리를 훨씬 웃도는 구간에 수요예측이 들어와 아예 발행을 취소했다 이 밖에 3년만기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마트(AA+)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는 단 한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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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량 회사채들이 푸대접을 받는 것은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가 떨어져야 기관투자가들이 인수한 회사채를 낮은 금리(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는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면서 우량 회사채를 인수해 놓고 자칫 손해를 보고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이 인수한 우량 회사채(A등급 이상) 미매각 물량은 좀처럼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중 이마트 회사채만 미매각 물량 2,000억원 중 1,800억원이 팔렸을 뿐 삼성정밀화학(500억원), CJ(500억원), 만도(900억원)의 미매각 물량은 아직 인수 증권사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량 회사채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힘을 못 쓰자 일부 기업들은 별도의 수요예측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사모사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업들의 사모사채 발행 물량은 2,600억원이었지만 4월 들어서는 4,500억원까지 치솟았다. 4월 들어서 CJ대한통운(1,500억원), CJ제일제당(1,000억원), OCI(1,000억원), 케이티렌탈(1,000억원)등이 사모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 여파로 일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미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모사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 기업어음(CP)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 되는 5월 전까지 사모사채 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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