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Cape of Good Hope), 아프리카 대륙 끝에 뾰족하게 솟은 이 작은 봉우리를 500여년 전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발견했기에 유럽 상선들은 인도양을 통해 인도로 갈 수 있는 항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ㆍ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국가 과제를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는 우리도 이제 이 희망봉을 넘어야 할 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ㆍ경제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관문으로서 아프리카 광업 투자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3 에너지장관회의’가 끝나자마자 급히 요하네스버그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 자원확보전 치열
그러나 남아공은 단순한 교두보가 아니다. 남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남아공은 동쪽 인도양부터 서쪽 대서양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원시 대자연을 품고 있어 약동하는 다양한 생물체의 보금자리가 산재해 있고 광물자원 또한 곳곳에 풍성하다. 망간ㆍ크롬ㆍ백금ㆍ금을 비롯한 여러 희귀 금속의 매장량이 세계 1위이고 광종(鑛種)도 매우 다양하다.
남아공의 자원 잠재력은 골드리프시티(Gold Reef City)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요하네스버그가 오늘날의 거대 상업도시로 바뀌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한 골드리프시티는 지금은 폐광돼 관광지구가 돼 있지만 그 안에는 옛 금광의 지하갱도가 소중히 보존돼 있다. 지하에서 과거 골드러시의 무지갯빛 흔적을 보는 순간, 투투(Tutu) 대주교가 남아공만의 독특한 다양성과 미래 희망을 함축해 자신의 나라를 ‘무지개의 나라’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각국은 나라마다의 무지개를 향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불꽃 튀는 자원 확보전에 돌입해 있는 상태다. 중국만 해도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에 막대한 금액의 차관 공여를 서슴지 않으면서 고위층의 발걸음도 빈번하다. 여러 가지로 경쟁 여건은 열악하지만 우리로서도 아프리카에 최대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국무총리가 남아공을 직접 방문한 데 이어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14개 기관의 24명으로 이뤄진 민ㆍ관 자원사절단을 남아공에 파견했다. 7월31일에는 품질 응쿠카 (Phumzile Ngcuka) 부통령, 부옐와 손지카 (Buyelwa Sonjica) 광물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자원 공동개발 프로젝트 발굴과 연구ㆍ기술 협력 등으로써 양국간 에너지ㆍ자원 분야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콰줄루나탈주 유연탄광,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등 우리 기업이 진출을 추진 중인 프로젝트와 파푸아뉴기니의 와피골푸 동(銅)광산 등 양국 기업이 공동으로 진출하기로 한 프로젝트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남아공의 광업은 ‘BEE(Black Economy Empowerment)’정책으로 구조조정 중에 있다. 서방세계 백인 위주로 부를 누렸던 광업회사들은 흑인들에게 일정 지분을 이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부가 남아공을 떠나고 있다.
아프리카 광물개발 적극 나설때
남아공 광업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기업들이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기회를 움켜쥘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멀기도 먼 남아공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전자제품과 자동차 브랜드에 많이 친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 상품 진출처럼 아프리카 광물 개발도 조만간 본격화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눈이 시리게 푸른 인도양의 코발트빛 물결 위에 경제광물을 가득 실은 선박이 태극기를 창공(蒼空)에 휘날리며 당당하게 항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