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제기됐던 하반기 경기비관론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대신 미국은 물론 한국 등의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안정되면서 국내 경기에 대한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특히 강한 낙관론을 제시하면서 당초 제시했던 성장률 달성이 무난하다는 전망도 재차 내놓았다. 여기에 일부 민간연구기관도 초기와는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내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아직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정부, “꺾이지 않는 수출 증가세를 보라”=정부는 서브프라임 문제와 연동되는 국내 실물경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근거가 수출이다. 서브프라임의 경우 미국은 물론 주요 국가의 경기위축을 초래, 국내 수출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비관적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정부는 그러나 “8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실적을 점검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15.1% 증가하는 등 수출증가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설령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어느 정도 타격을 입더라도 국내 경제가 미국 중심의 의존에서 탈피하고 있는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미국 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중국 등 신흥개발국, 유럽, 일본 등의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역시 증가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정부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23일 코스피지수는 40.22포인트 오르면서 4일 연속 상승 중이다. 아시아ㆍ미국 등의 증시도 이번주부터 안정궤도에 들어선 모습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원ㆍ엔 환율 812원, 원ㆍ달러 환율 941원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철주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은 “금융시장 불안은 경기심리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금융시장 전반이 다시 안정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 경제 전반에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 평균 경제성장률을 4.9%로 당초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상태다. 특히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밝힌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당초 예상치(4.4%)를 훨씬 웃도는 4.9%에 달해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일부 민간연구소, “서브프라임의 실물경기 영향 제한적”=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터졌을 당시 국내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쳐 “GDP성장률의 하향 조정도 고민하고 있다”던 연구기관 역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의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의 성장세, 일본ㆍ유럽ㆍ중동 및 개발도상국 등의 경기회복세가 미국의 수입수요 둔화를 보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화돼 미국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세계 경기성장세 둔화로 이어져 국내 경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도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를 몰고 온 미국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는 98년 발생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사태와 유사하다”며 “2∼3개월 간의 금융시장 충격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극심한 금융혼란을 몰고 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잠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은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는 훨씬 심각할 수 있고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호조세를 보였던 투자도 위축돼 경기는 다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