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시아 국채발행 연초부터 봇물

올들어 9일 만에 64억달러 지난해 전체물량 넘어서

"금리상승 전에…" 발행 서둘러 재정확충 등 수요급증도 한몫

환손실 적고 부가수익 가능 글로벌 투자자 몰려들어


아시아 각국의 국채발행이 연초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올해 전세계 금리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자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올 들어 총 64억6,000만달러의 달러표시 국채가 발행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록인 64억달러를 단 9일 만에 경신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관련통계를 자체 집계한 지난 1999년 이후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라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이 9일 15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을 4.5%의 금리로 발행했고 하루 전인 8일에는 인도네시아가 4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을 5.95%의 금리로 발행했다. 인도네시아의 국채발행 규모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 40억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한 이래 약 16년 만에 아시아 내 최대 규모다. 또 7일 스리랑카는 1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국채를 6%에 시장에 팔았다.


아시아 각국이 이같이 국채발행에 나서는 것은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올해 글로벌 금리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이 그동안 실시했던 국채매입을 축소할 것으로 보이자 3%대 진입을 넘보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각국 정부는 국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국채 가격은 내려가면서 손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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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테이퍼링과 자연재해·정정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위기대응용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시아 각국의 국채발행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피해복구를 위한 재정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며 인도네시아 역시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급락하는 환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가 필요한 실정이다.

글로벌 투자가들도 아시아 국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교적 원금손실 우려가 작으면서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가 3%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 국채에 투자할 경우 6%의 이자를 얻을 수 있다. 또 달러표시 채권이기 때문에 환손실도 적고 향후 달러강세에 따른 부가수익도 낼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JP모건 아시아 채권부문장인 스티븐 창은 "아시아 각국이 지난해 12월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에도 비교적 평온했던 글로벌 금리와 투자가들의 높은 수요를 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며 "JP모건도 좋은 조건의 아시아 국채투자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아시아국채 부문 애널리스트인 아반티 세이브는 "올해 80억~120억달러의 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태국도 반정부시위 때문에 재정확충이 시급하다며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15억달러의 달러표시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도 1·4분기 안에 달러표시 채권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이외에 베트남과 방글라데시·파푸아뉴기니 등도 이에 동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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