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일본 기업문화는 '화(和)'

“좁은 통로 옆에 이렇게 유리를 설치한 것은 약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곳을 한 줄로 서서 무사히 통과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며칠 전 취재차 방문한 닛산자동차 본사의 매니저가 일본식 전통 객실인 와시쓰(和室)를 이렇게 소개했다. 유리가 천정에서 3분의2 정도 내려와 사람들은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야 했다. 그는 “와시쓰에서 나타나는 ‘화(和)’의 문화는 상호 간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화합을 일궈내는 일본 기업문화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문화의 요체인 ‘화(和)’는 문자 그대로 조화로움을 의미한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본 기업의 전통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전통이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던 장기불황을 이겨낸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특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은 글로벌 경제의 흐름 앞에서 ‘화(和)의 문화’를 전략적으로 대입하고 있다. 2년 전 소니는 이데이 노부유키 당시 회장을 불명예 퇴진시키고 파란눈의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어를 영입했다. 닛산은 공격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서 ‘코스트 커터(cost cutt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카를로스 곤 르노 최고경영자(CEO)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은 종신고용제에 임금피크제를 접목했다. 기존 문화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또 하나의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혹자는 일본 기업들이 전통문화를 버리고 서구식 실적주의를 받아들여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 CEO의 낯선 경영방식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본래 문화와 적절히 조화를 이뤄내는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와시쓰를 나오며 닛산 매니저는 “균형잡힌 세계화는 일본의 의식이 묻어나는 차량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일본만의 색채가 풍기는 차를 만드는 노력은 이번 도쿄 모터쇼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주차할 때 후진할 필요없이 바퀴가 360도 회전하는 차, 운전사의 기분을 파악하고 쉬었다 가기를 권유하는 차 등은 인간의 삶에 중점을 둔 자동차의 미래상을 보여줬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으면서 그들만의 ‘무엇’을 창조하려는 노력은 한국 기업들도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