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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 산업단지 옆에 사는 '한평온'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과 다르게 '한근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다른 지역 공단에서 유독가스가 배출돼 공장 작업자 및 주변 주민들이 화를 입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한씨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고 근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유출정보 전달 미흡 2차 피해 키워
그러던 한씨와 그 지역 주민들은 인근 산업단지에서 유해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금방 검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고 안심했다. 유해가스 누출시 즉각적 경보 및 대피 등 체계적인 대처과정에 대해 정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믿음이 생겼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보급된 조그만 센서가 한씨가 유해가스에 노출됐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준다는 점이 신뢰감을 더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해물질 검지용 키트가 개발된 후를 그린 가상의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아래 '유해물질검지사업단'이 발족됐다. 나노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보급형 검지용 키트 개발이 목표다. 탈부착이 가능한 유해가스 검지용 센서를 개발, 보급함으로써 누구나 유해가스 누출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해가스 누출사고시 초기대응 및 조기수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재 유해물질 유출대응 시스템은 전기화학 센서를 사용해 미리 설정된 농도 이상의 유출에 대해 알려준다. 현장 작업자들에게는 유해물질의 종류 및 유출량 등에 관한 정보가 전달되지만 구조대원과 사고수습 요원들에게는 상술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유출에 따른 1차적 피해예방에는 유효하나 2차적 피해 방지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개발 예정인 키트 형태의 소형 탈부착(웨어러블) 센서는 1차적으로 유해가스 취급작업장의 작업자에게, 2차적으로는 인접 작업장 및 인근 주민들에게 보급된다.
또한 유해가스를 적재하고 이동하는 유해가스 수송차량에도 부착할 수 있는 검지 키트도 필요하다. 유해가스를 운반하다 일어난 유해물질 누출을 실시간으로 검지하고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사고발생 지역에 재난발생 및 대피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유해가스 누출사고시 초기대응 및 신속한 조기수습이 가능한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
유해물질 유출 감지의 전과정 관리 시스템 및 감시체계 구축이 가능해지면 유해가스 유출로 야기되는 사회불안 요소가 해소돼 좀 더 안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보급형 검지센서 개발 서둘러야
다만 유해물질 검지 키트가 개발되고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다양한 작업장들에 보급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현장의 의지도 없다면 이는 또 하나의 번거로운 장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홍보와 의무사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운영하는 유해물질관리법들이 재정비돼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유해물질통합관리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가적인 재난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사전 검토 및 조정 등 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