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식품안전행정 일원화 외국에선 어떻게 했나

덴마크.영국.뉴질랜드 등 7개국 일원화<br>소비자 중심의 단일기구로 업무 통합

정부가 8개 부처로 나뉘어 있는 식품안전 행정의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부처간 이해관계로 인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정부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5가지 방안을 열거해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부처이기주의'라는 질타를 받았다. 방안은 ▲농림부 소속 식품안전청 설치 ▲총리 소속으로 식품안전처를 설치하되식약청의 의약품 조직은 복지부 소속 본부로 재편 ▲복지부 소속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안전기능 통합 ▲위해성 평가 및 기준설정 기능을 식약청으로 일원화 ▲현행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이다. 농림부는 생산부처가 안전관리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복지부와 식약청은 소비자 위주의 개선을 들어 식약청으로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양수산부는 급격한 행정체제개편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식품안전행정의 일원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식품의약품청(FDA)과 농무부 등 15개 기관으로 분산된 식품안전행정의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안전기능을 단일독립기구로 일원화하는 법안이 200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하원에 제출돼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광우병 파동 등 전 세계적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증폭된 1990년대 후반들어 캐나다, 덴마크,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 7개국이 식품안전 행정을 일원화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이들 7개국의 사례를 조사해 보고서를 지난 2월 상원에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7개 국가는 식품안전관리 또는 식품안전법령 집행을위해 단일 기관을 설립했다. 이들 국가 역시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품안전관리 단일기구를 보건을 담당하는 부서 또는 농업을 담당하는 부서에 설치하는 방안,아니면 독립적인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간 논란을 겪었었다. 결국 이들 국가는 식품안전행정 업무를 생산자 보다는 소비자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일화 이후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지만, 일원화로 인한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관료, 업계, 소비자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중복행정이 줄어들었으며 ▲식품안전 위해에 근거한 중점적인 감시 업무가 가능해졌고 ▲일관되고 시의적절한 규정의 집행과 책임소재가 명확해졌다는 점을 이들 국가의 관계자들이 지적했다. ◇덴마크 = 1997년 식품농업수산부 소속으로 덴마크수의식품청(DVFA)을 창설했으며 2000년 식품안전 감시 업무를 이 기구로 통합했다. 이어 DVFA는 지난해 8월 새로 설립된 가족소비자부(Misistry of Family and Consumer)로 이관됐다. 일원화 이전에는 감시 업무는 농업부, 수산부, 자치단체 등 3곳이, 기준 설정업무는 보건부, 농업부, 수산부 3곳이 각각 맡았었다. 식품안전관리 행정의 일원화 이후에 덴마크 소비자단체 대표들과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식품안전체계의 효과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대표들은 살모넬라 관리 프로그램이 일원화 이전에는 보건부와 농업부간 충돌이 있었지만 일원화 이후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DVFA의 온라인 시스템 개발로 소비자가 감시결과를 받아보기가 쉬워졌으며 식품안전을 신뢰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 1997년 캐나다식품검사청(CFIA)을 설립하고 식품안전 검사, 제품회수, 수출인증 등 모든 감시 업무를 맡겼다. 식품에 허용된 물질의 기준 설정 등 보건정책은 보건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감시와 식품정책 업무를 보건부, 농업식품부, 수산해양부 3개 부처가나눠서 맡았었다. 캐나다 정부 관료는 식품안전 행정 업무의 일원화 이후 식품안전 비용이 10% 줄었다고 밝혔다. CFIA는 보건부, 농업부, 수산부 직원들을 통합, 직원들이 새로운 기구에 적응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CFIA가 만들어질 때 일부 고위 관료가 은퇴했다. ◇독일 = 2002년 연방소비자보호식품농업부로 식품안전 행정을 단일화했다. 이 부 산하에 연방소비자보호식품안전사무국을 두고 식품안전 위기관리 업무를맡겼고 리스크평가원을 설립, 식품 위해도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도록 했다. 특히 정책결정 과정에서 분리해 평가 업무를 전담하도록 한 리스크평가원은 정치적 간섭을 막고 평가결과를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역시 일원화 이전에는 연방보건부와 연방식품농림부가 식품안전을 나눠서맡았었다. ◇아일랜드 = 1998년 아일랜드식품안전청(FSAI)를 설립했다. 이 기구가 농업식품부, 환경부, 공공기업부, 해양부, 기업무역고용부, 보건아동부를 비롯해 33개 지방청으로 분산됐던 식품안전 행정을 총괄하도록 했다. FSAI는 현재 아일랜드 식품안전법령을 집행하는 유일한 규제당국으로 농업 및수산 분야도 1차 생산 시점부터 식품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FSAI를 정부 부처 중 어느 곳에 배치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농업식품부 소관인 식품농업육성정책과 식품안전기능을 분리하기 위해결국 기존의 보건아동부 산하에 설치했다. 이 나라의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접촉하는 단일창구로 FSAI를 꼽고 있다. ◇네덜란드 = 2001년 소규모 과학자들로 구성된 네덜란드식품청을 설립했다. 이 기구는 보건복지운동부 산하에 있는 보건감시국(KvW)과 농업자연식품품질부소속인 가축육류감시국(RVV) 업무를 감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2년 7월 의회와 소비자들이 네덜란드식품청이 식품안전감시를 직접맡을 것을 요구함에 따라 식품청을 식품소비자제품안전청(FCPSA)으로 전환하고 이기구가 보건감시국과 가축육류감시국을 흡수하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보건감시국과 가축육류감시국을 내년 1월까지 1개의 감시국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관료들은 식품안전 행정의 일원화로 인해 인력의 25%를 줄일 수 있고여분의 자산을 매각, 재정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질랜드 = 2002년 7월 뉴질랜드 식품안전청(NZFSA)을 설립했다. 이 기구의 설립은 식품안전 행정 업무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농림부 수출식품안전프로그램과 보건부의 국내식품안전프로그램이 상충하는 점을 해결하고자했다. 농림부에서 100명, 보건부에서 12명이 이 기구로 이동했다. NZFSA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NZFSA는 국민들에게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전달하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어린이 요오드 섭취 수준 증가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자 즉각 내분비전문가, 식품업계 대표자, 소비자 대표 등과 논의를 시작해 문제를 해결했다. NZFSA는 이처럼 이해 관계자 그룹과 계속적인 토론을 벌임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영국 = 1999년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의회는 식품기준법을 통과시키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비내각 부처인 식품기준청(FSA)을 설립했다. FSA의 핵심 인력은 농수산식품부와 보건부에서 옮겨왔다. 농수산식품부의 육류위생국이 FSA로 이관됐다. FSA는 식품의 과학적 위해성 평가 및 관리, 기준 설정, 교육, 대국민 홍보, 육류감시 등 업무를 맡지만 농업과 식품산업 육성은 담당하지 않는다.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한 12명 이하의 회원으로 구성된 독립 이사회가 설립돼 FSA를 운영한다. FSA는 웨스트민스터 의회에 업무를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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