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국내 글로벌기업의 리더로 군림해온 한국IBM의 위상이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해말 납품비리로 글로벌기업이 내세웠던 ‘스탠다드’와 ‘클린’ 이미지에 큰 다격을 입은 데다 최근에는 주력 제품인 메인프레임 마저 유닉스 체제로 전환되는 분위기에 직면, 수익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총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IBM은 올해의 경우 작년 매출 대비 지난 2분기까지 4.4%가량 증가했으나 3분기에는 5.2%의 감소로 돌아서면서 자칫 마이너스 성장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LGIBM의 경우 LG전자와의 분리로 내년부터는 4,000억원의 매출이 감소됨으로써 전체 매출 덩치도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한국IDC 자료에 따르면 한국IBM은 유닉스 서버 시장의 경우 지난해 29.2%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이 올해(3분기 기준)는 27.5%로 떨어졌다. 또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3.1%에서 올해는 18.6%로 급감한 것을 비롯해 국내 시스템관리 SW도 지난해 4%에서 올해는 3%로 점유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한 글로벌기업의 고위관계자는 “올해 공공기관 납품비리 사건과 외국인 사장 체제를 경험했던 한국IBM은 상대적으로 경쟁 업체들에 비해 매출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컨설팅 및 서버 업체들에게 있어서 금융권 ‘최대어’라고 일컬어지는 신한-조흥은행의 차세대 은행시스템 구축 또한 최근 1차사업에서 한국IBM은 경쟁업체인 LGCNS에 무릎을 꿇고 말아 이후 사업 진행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금융권과 함께 한국IBM의 주요 고객사인 이동통신업계에서도 유닉스 서버 운영체제가 80%이상을 차지하면서 장악력이 약화돼 지난 10월말 SK텔레콤이 발주한 차세대마케팅(NGM)의 서버 공급사업에서도 한국HP으로부터 쓴 잔을 마시기도 했다.
이처럼 서버 및 하드웨어 분야에서 수익이 감소하자 한국IBM은 최근 미들웨어인 DB2의 매출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금기시 돼 온 경쟁사와의 직접 비교광고 카드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현재 IBM의 소프트웨어 매출의 경우 특히 차세대 매출원으로 선정하고 있는 DB2 매출의 경우 전체 매출의 3%에도 못미치는 300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IBM측은 “국내 경기침체로 경쟁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매출 신장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정확한 집계는 4분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