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차한잔] 진수형 산은자산운용 사장
"펀드상품 차별화로 재도약 할것"이달 항공기펀드 출시 이어 SOC등도 구상중
[경영철학과 스타일] "權과 윤리가 금융인의 덕목"
“새로운 개념의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SOC펀드ㆍ항공기펀드ㆍ회사채펀드 등이 그 예입니다. 수익과 리스크를 정확히 산출, 고객들을 설득할 것입니다. 남들과 같은 상품으로 경쟁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대우증권 계열에서 산업은행 자회사로 거듭난 산은자산운용(옛 서울투신운용)이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한때 수탁액이 15조원에 달했던 산은자산운용은 대우채 사태 등을 겪으며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지난 5월 산업은행이 300억원의 증자를 완료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업은행은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를 갖추기 위해 산은자산운용을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99년 서울투신운용의 CEO로 선임된 진수형(51ㆍ사진) 사장. 그는 당초 서울투신운용의 마무리를 위해 투입됐지만 7월 산은자산운용의 초대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돼 이제 재도약의 ‘선장’을 맡게 됐다. 99년 이후 회사의 정리과정에서도 매년 흑자를 기록한 그의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는 “지난 4년 간 대우채 등 부실자산을 처리하면서 정도투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보고 정직한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 사장은 차별화된 상품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자금을 밀어주고 산은자산운용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할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진 사장은 모기업인 산업은행에 단순히 의존하는 영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자산운용업계는 모두 같은 향기가 나는 상품을 갖고 고객을 찾아 맡겨만 달라는 식의 영업을 고집하고 있다”며 “좀더 세분화되고 각각의 고객의 취향에 맡는 상품을 생산,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산운용업계가 덩치는 커졌지만 영업방식이나 상품구성 등은 모두 비슷비슷해 투자자들의 차별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고 이 때문에 거대자본과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화된 펀드’, 즉 상품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익과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차별적인 성격의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현재 국내 개인금융자산이 총 1,000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부동자금이 300조~400조원에 달하는데 자산운용업계의 총 수탁액는 160조원에 불과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산은자산운용은 우선 이달 중에 항공기펀드를 국내 처습막?선보일 예정이다. 이 펀드는 항공사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주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소요되는 SOC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구상 중이다. 이는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연기금 등에 훌륭한 투자대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량의 회사채를 묶어 유동화하고 투자하는 회사채펀드도 계획 중이다. 이 경우 수조원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산업은행은 금융과 실물경제 양쪽에서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산업은행, 그리고 증권업계의 선두권인 대우증권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회사 내부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운용과 리스크 관리 등을 엄격히 분리, 사고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현재 업계의 관행을 깨뜨리는 일이다. “자산운용사는 최소 수조원에 달하는 고객자금을 관리하게 된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져 이를 통제하는 장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진 사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오는 2010년까지 수탁액 20조원을 달성, 업계 5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학인
기자 leejk@sed.co.kr
입력시간 : 2004-09-07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