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살얼음판위에 선 피오리나

HP-컴팩합병 무산가능성 커져'얇은 얼음판 위에 선 세계적인 여성 최고경영자' 휴렛팩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HP의 최고경영자(CEO)인 칼리 피오리나의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HP의 창업주 가문들이 잇따라 HP와 컴팩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데다 주가하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난이 증폭되면서 피오리나의 경질설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매트릭스 애셋의 운용자산매니저인 데이비드 카츠는 "(HP의 컴팩 인수와 관련한)상황이 좋지 않다"며 "새로운 CEO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칼리 피오리나의 위기설이 새삼 불거져 나온 것은 창업주 가문중 하나인 팩커드 가문이 휴렛가문에 이어 새롭게 '합병 불가'대열에 동참했기 때문. 팩커드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휴렛가문의 5%보다 많은 13%수준이어서 '창업주 가문'이라는 심리적인 영향력까지 더하면 주주총회의 분위기를 좌우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HP와 컴팩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27%나 급락한데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수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점치고 있는 HP와 컴팩의 합병의 성공 가능성은 50%이하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수발표에 따른 주가 하락을 차치하고서라도 칼리 피오리나의 CEO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 1년간 HP는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피오리나가 생산비 절감등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데도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칼리 피오리나가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 HP로 영입된 99년에 비해 현재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반면 비난을 퍼붓고 있는 투자자들과는 달리 피오리나가 HP이사회로부터 받는 신임은 아직도 상당하다. 피오리나는 이날 월터 휴렛을 제외한 이사회 전원에게 '충성맹세'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칼리 피오리나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컴팩 합병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역시 피오리나가 서 있는 얇은 얼음판을 지탱해 줄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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