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실장, 행정관들에게 애국심과 열정 강조
청와대 참모와 직원들은 누구에게서, 어떻게 업무지시를 받을까.
박 대통령은 주로 수석비서관들에게 정책방향을 내리고, 수석비서관 이하 비서관과 행정관은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다.
박 대통령은 부처 장관이나 수석을 독대(獨對)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장관이 대통령을 만나 업무보고를 하거나 정책제안을 할 경우에는 해당 수석이 배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밀실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긴급 현안이 있거나 정책진행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새벽 1시에도 해당 수석에게 핸드폰 전화를 해 상황을 체크한다. 수석들의 전화는 ‘24시간 대기’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핸드폰을 3개나 가지고 다닌다. 수석들은 휴대폰 너머로 전해지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와 억양을 듣는 순간 박 대통령의 심기를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정책제안이 마음에 들거나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 때에는 “예, 접니다”라고 부드럽게 말문을 연다. 하지만 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면 “아니, 이게 뭡니까”라며 불편한 내색을 한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가장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은 ‘전체’를 보고 해당 수석은 ‘부분’을 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새로운 정책과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에는 수석들이 깜짝깜짝 놀란다”고 귀띔했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해당 수석이나 장관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깜짝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청와대 수석들은 메모 습관이 몸에 붙었다. 박 대통령 발언을 형식적으로 그냥 긁적이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몇 달 뒤에 반드시 지시한 내용이나 정책추진 현황을 체크하기 때문에 메모를 해두었다가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주로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엄격하고 무서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합리적으로 직원들을 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직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애국심을 가지고 일을 할 것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