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7.3 개각' 집권 후반기 정책누수 차단 의지

경제.교육부총리 인선으로 원칙주의 노선 가시화<br>5.31 지방선거 패배 분위기 쇄신..새 출발 포석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7.3 개각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낸 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규모로는 소폭 개각이지만 정부 정책라인의 핵심인 경제.교육부총리, 기획예산처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내각의 색채를 확연하게 드러냈다는점에서 내용에서는 `쇄신'에 가깝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특히 경제.교육부총리에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현직청와대 정책실장을 기용함으로써 내각은 대통령의 정책철학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있는 보다 공고한 진용으로 짜여졌다는 평가이다. 이른바 내각의 '친정체제' 강화를 통해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칫이완될 수 있는 국정장악력을 다시 죄고 반환점을 돌아선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군 주요지휘관과의 대화에서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원칙주의를 견지해나가고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방선거 이후 국정운영 기조를 천명한 것이 이번 개각을 통해 구체화된 셈이다. 다시 말해 두 부총리 인선을 통해 임기말까지 경제나 교육 등 주요 정책분야에서 원칙주의 관철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는 해석이 가능해보인다. 김병준(金秉準)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정책수립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대통령의 최측근 정책참모이다. 노 대통령이 정부 출범 때부터 제반 정책의 기획과 입안, 집행에 관여했던 김전 실장을 내각의 핵심 포스트인 부총리로 중용한 것은 임기 후반기 정책집행과정의누수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당내 일부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김 전 실장의 입각 반대 입장을 개진했고, 장관 임명 제청권자인 한명숙(韓明淑) 총리도 당 일각의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대통령의 뜻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김 전 실장을 교육부총리로 기용하겠다는 것은 노 대통령의 오래된 구상일 뿐아니라, 당정협의와 국회입법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과 연관지어 김 전실장을 중용하지 말라는 것은 합당치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청와대 분위기이다. 김 전 실장은 그의 위상에 비춰볼 때 강력한 교육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내각에서 교육부 장관 이상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韓明淑) 총리를도와 실질적인 부총리로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권오규 정책실장의 경제부총리 기용과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장관의 청와대 정책실장 발탁도 역시 노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아는 관료를 중용한 케이스이다. 권 실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개방과 경쟁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로 일하면서도 유럽의 사회대타협, 복지모델을 연구하는 등 사회정책적 마인드도 겸비해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참모이다.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가 부여된 경제부총리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적격이라는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임기 후반기 정책의 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측면에서 김 전 실장을 교육부총리에기용한 인선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개각의 시점을 7월로 택한 것은 지방선거 이후 분위기 쇄신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9월 정기국회를 새로운 진용으로 맞겠다는 뜻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둔 내년 가을 정기국회가 내실있는 국회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때문에 올해 정기국회가 임기중 사실상 마지막 '일하는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정책현안인 양극화 해소 및 한미 FTA를 강력히 추진하고, 교육.국방.사법개혁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내각을 일사불란한 대오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가 재임 기간이 오래된데다 최근 부처 현안과 관련한 마찰음으로 인해 강력한 리더십 확립에 일정한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개각으로 노 대통령의 일관된 정책의지가 천명됐지만, 여당내에서김병준 전 실장의 입각 반대 의견이 제기되는 등 마찰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당. 청 갈등이 발화될 '불씨'를 안게 됐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야당이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고, 수습 국면이긴 하지만 여당내 반발이 내연(內煙)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만.찬회동으로 당.청 갈등이 봉합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민심 수용론이 이번 개각을 통해 오히려 '코드인사' '친위내각'논란에 휩싸이며 희석될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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