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떻게 올리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기업들이 받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측 가능한 로드맵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따른 손해를 누군가가 대신 부담하는 것은 더 이상 곤란하며 이는 국가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더 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순차적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상황을 고려한 예측 가능한 요금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올라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도 추구하면서 기업이 전기 값 인상 스케줄을 미리 알고 이를 경영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5~10년 단위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전이 적자이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기업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 경쟁력, 제품 원가와 직결되므로 예측 가능한 스케줄대로 천천히 올려야만 경제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면서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 충격도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김 위원은 대기업보다도 소상공인이 받을 타격이 더 클 것이므로 더욱 깊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스 값 등 공공요금뿐 아니라 최근 점심값도 크게 오르지 않았느냐"면서 "산업용 전기 값 상승은 결국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으므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의 저가 공급 구조를 근원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은 순차적 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에너지와 전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생산 원가가 오르고 한전의 적자가 수조원 누적된 지 오래인데 이제 와서 로드맵을 만들자는 것은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만 계속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말은 누군가 대신 그 부담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기업들 논리의 본질은 그들이 값싸게 전기를 쓰는 데 따른 부담을 남들이 계속 부담하라는 것이므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국민적인 절전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서두르지 말자는 주장에 승복할 가정이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는 산업계 주장에 대해서는 "개혁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기요금과 연결시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