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권력, 치열하게 얻고 품위있게 내려놓아라"

■ 권력의 기술 (제프리 페퍼 지음, 청림출판 펴냄)<br>"권력 추구는 생존의 문제… 둥근 돌 아닌 모난 돌 되라"<br>조직서 권력 얻기 전략 제시



인류 문명이 시작되면서 중요한 힘의 원리로 군림해 온 권력은 사전적으로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일컫는다. 권력은 중세 시대 절대 군주나 현대 사회에서 정치 지도자의 힘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직장은 물론, 친구들의 모임이나 단란한 가정에서도 크고 작은 권력은 존재한다. 연인들의 애정 관계도 권력의 코드로 해석하면 훨씬 분명해지며 인간의 근거 없는 친절과 증오 뒤에는 어김 없이 권력 관계가 깔려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권력의 형태를 찾을 수 있지만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시민 사회에서 권력은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진다.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권력에 대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권력 추구를 향한 욕망을 갖고 있으며 권력은 더 이상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닌 사느냐, 죽느냐를 가늠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실제 현장에서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닌 '정치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 높은 업무 평가를 받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권력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 저자는 세상이 공정하다는 환상부터 버리라고 잘라 말한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것은 권력 획득에 대해 2가지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 그런 믿음을 가지면 모든 상황이나 모든 사람들, 특히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둘째,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으면 권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준비를 하지 못하게 된다." 페퍼 교수는 꾸준한 노력과 학습을 통해 누구나 권력자의 자질을 개발할 수 있다며 파워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둥근 돌이 아닌 모난 돌이 되라'는 것. 한국인의 정서에서 볼 때는 튀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권력을 향해 가는 길에 호감 같은 것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밖에 어떻게 해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장악할 수 있는지, 좋은 이미지와 평판을 쌓을 수 있는지, 자원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수제를 공세로 만드는 위기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한다. 권력자가 될 수 있는 핵심 자질로 야망, 에너지, 초점(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힘), 자기 이해와 반성, 자신감, 공감적 이해 능력, 갈등을 인정하는 능력 등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면 적당한 시점에 권좌에서 내려오는 미덕도 갖춰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석학의 진심 어린 조언이다. "파티가 끝나기 전에 끝내라"고 말하는 저자는 "품위 있게 자리에서 물러나면 오히려 두고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지금 있는 곳을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을 찾아갈지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권력에 이르기 위해 당신만의 길을 닦는 것 역시 당신에게 달린 문제"라는 저자의 통찰력은 최고 권력자를 꿈꾸는 야심가뿐 아니라 일상 생활과 조직 내에서 기반을 다져 과실(果實)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되고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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