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영화 '나를 찾아줘', 스릴러 영화에 정답이 있다면


리뷰 <새 영화> 나를 찾아줘

이미지, 진실 왜곡하는 미디어 통렬히 비판


‘금발의 미녀가 실종됐는데 어쩌면 남편에게 살해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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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아마 다음 장면에서 남편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채 질문을 퍼붓는 수많은 취재진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 미국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나라 24시간 보도 채널들과 신문들 역시 수사 기관보다 더욱 열정적인 태도로 증거를 찾고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정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인 닉(벤 에플렉 분)이 실제로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분)를 죽였는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아내 실종에 대한 기자회견을 앞둔 닉에게 “한숨도 못 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동생의 조언이나 “이 사건은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잘라 말하는 변호사의 대사는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일 테다.

살인과 실종사건을 그린 범죄 스릴러 또는 매우 스케일이 큰 부부 싸움(?)의 외피를 뒤집어쓰긴 했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의 새 영화 <나를 찾아줘>가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미디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아니, 더 넓은 의미에서는 다른 이의 시각에 따라 진실이 결정되는 사회에 대한 조롱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 역시 대부분 언론을 통해 결정된다는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결국 미디어가 문제라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주인공 부부인 닉과 에이미가 원래는 잘 나가는 잡지 기자였다는 직업적 설정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말하자면 두 사람 다 뭐가 ‘기사’가 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미디어 노출을 상정하고 수년간 차갑게 복수를 계획한 에이미나, 처음에는 미디어에 휘둘리는 듯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언론을 통한 ‘이미지 체인징’에 성공하는 닉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가장 최적화되고 진화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무서움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가중된다. 영화 엔딩에서 그려지는 닉과 에이미의 모습이 미디어를 교묘히 이용한다기보다는 결국 미디어에 잡혀먹힌 것처럼 보였던 것은 기자의 착각일까.

러닝타임이 2시간 29분으로 짧지 않지만, 영화는 결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스릴러 명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번에도 스릴러의 정답과도 같은 영화를 선보였다. 벤 에플렉은 주연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눈부신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는 아내 에이미 역을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다. 지적이고 섹시한 그녀의 모습은 기존 그 어떤 할리우드 영화 속 악녀보다도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영화는 23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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