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3·끝>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정보·자본 뒤진 개인, 기관과 경쟁 안돼… 펀드 투자 활성화해야<br>이달 순매수 상위 10종목 모두 큰 손실 기록<br>간접투자는 폭락장서도 상대적으로 충격 덜해<br>적립식 펀드 稅혜택등 장기투자문화 조성 필요

최근 증시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노년의 투자자가 서울 목동의 증권사 객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잔고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한방' 노렸던 개인들 쪽박' 수두룩… 드 투자 활성화해야간접투자는 폭락장서도 상대적으로 충격 덜해적립식 펀드 稅혜택등 장기투자문화 조성 필요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최근 증시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노년의 투자자가 서울 목동의 증권사 객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잔고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제DB #1.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윤창훈(가명ㆍ39세)씨는 이달 들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지난 7월 중순 실리콘웍스를 대량 매수했지만 수익은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이 종목을 살 때만 해도 2만4,850원이었던 주가는 12일 1만6,250원까지 빠졌다. 특히 반짝상승에 17일 추가로 사들이는 등 물타기에 들어갔다 손실은 2,000만원 이상 커졌다. 상심한 윤씨는 자연히 술과 담배로 밤을 지새웠고 결국 최근에는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을 찾는 처지에 놓였다. #2. 서울 서초동의 한 정보기술(IT)업체에 근무하는 이현석(가명ㆍ43세)씨. 평소 사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탓에 매수하지 못했던 LG전자를 10일 사들였다. LG전자가 9일 6만900원을 찍고 소폭 오르자 "바닥에서 나흘이면 20%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에게 돈을 빌려 대량 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수익이 아닌 손실이었다. 이씨는 빌렸던 돈을 갚기 위해 19일 매도, 결국 10% 이상의 손해만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불안과 경기부진 우려로 증시가 심하게 요동치자 직접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이달 초부터 증시가 하루 100포인트가 넘게 출렁거리자 변동성을 활용해 한몫 잡자는 생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쪽박뿐이었다. 특히 외국인의 놀이터로 전락한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주특기인 단타와 물타기 등도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도 "정보와 경험ㆍ자본이 없는 개인들이 외국인이 판치는 국내 증시에서 직접투자로 수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권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 쏟아부은 자금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단 닷새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와 KB금융ㆍ현대자동차 등 우량주를 담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들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종목 대부분이 20% 가까이 폭락하는 등 투자 측면에서 'F' 학점을 받았다. 반면 외국인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미 폭락장을 예견한 듯 5조원 가까이 내다팔면서 차익실현을 마쳤기 때문이다. 또 절묘한 매수ㆍ도 타이밍으로 개인의 주특기인 단타와 물타기를 비웃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4% 오른 16일이 대표적인 사례로 외국인이 이날 6,620억원을 사들인 미끼에 개인투자자들은 이후 이틀 연속 7,000억원 가까이를 사들였다. 그 사이 외국인은 6,000억원 가까이를 팔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열등한 성적표를 보이는 이유는 정보와 경험ㆍ자본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정보접근성은 물론 투자 경험, 자본의 규모에서 개인을 압도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의 경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개인이 외국인(되놈)의 재주 넘는 곰으로 전락했다고 비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개인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해 스스로 투자 시기를 판단한다는 측면에서 기관이나 외국인들보다 우위를 가져갈 수 있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며 "미국 등 해외 선진시장에서는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뮤추얼펀드 등에 쌈짓돈을 쏟는 간접투자가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실장도 "국내의 경우 개인들이 수익률 측면에서 과다한 수준을 요구하는 성향이 있다"며 "자칫 투자가 아닌 투기에 빠질 확률이 높고 이 때문에 기관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자금을 펀드 등으로 끌어들여 장기간접투자문화를 조성해나가는 게 개인이나 증시 전체에 필요하다는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에 맞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전략과 자본이라는 실탄을 가진 기관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급락장에서 기관이 -10%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사들인 10개 종목 가운데 4개사가 플러스(+) 수익을 낼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펀드 등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를 권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놀이터로 전락한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금 혜택 등 장기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증권사의 고위관계자는 "과거 있었던 장기펀드 세금 혜택이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는 개인투자자들을 직접투자로 내몰아 국내 증시를 퇴행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투자자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방안을 도입할 경우 장기투자문화의 정착은 물론 개인들이 허황된 투자수익을 꿈꾸며 나타나는 투기 현상을 단절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기획연재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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