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N'세대는 어떻게 울었나

[경제수필] 'N'세대는 어떻게 울었나남북 이산가족 상봉 첫날 서울에서 발간하는 10개 종합일간지의 제목은 대개가 『울었다』로 끝을 맺었다. 『서울도 평양도 울었다』아니면 『남도 북도 울었다』 『온겨레가 울었다』였다. 『남북이 눈물바다』도 있다. 한 신문만 예외적으로 『서울도 평양도 잠들지 못했다』로 제목을 달았다. 왜 울었는가. 죽기 전에 한번 만나만 보면 여한이 없겠다고 했으니 맺혔던 한(恨)을 덜면서 운 울음이다. 기쁨보다 큰 아픔을 확인하는 울음이다. 그러니 천추유한을 푼 것이 아니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90대의 쇠잔한 아버지에게 이 만남은 무슨 소용인가. 통한의 세월이 흘러흘러 노쇠해져버린 늙은이에게 한번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주는가. 너무나 늦어서 한번 만나니 이제 남은 상념은 새로운 그리움, 그리고 허무와 허망이다. 70대의 아들을 만나기 사흘 전에 죽은 늙은이, 이런 재회의 날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먼저 죽은 늙은이, 이들은 저 허망한 재회조차 아무 소용없는 영원한 망각의 침묵 속에 잠들었다. 천추유한은 이래서 결코 씻을 수 없다. 남북을 모두 울린 8·15 상봉 드라마는 늙은이들이 중심에 선 통곡의 드라마이다. 엔(N) 세대는 어떤가. 나는 문화방송의 100분 짜리 상봉특집(상봉 및 상봉 그후)을 서울대와 경원대 수강학생들에게 보여준 후 그들로 하여금 개방식 질문지에 자유롭게 쓰게 해서 신세대가 이산가족의 만남을 어떤 주관성으로 인식하는가 가늠해본 적이 있다. 중국 장춘에서 가수 현미씨 남매들이 북쪽의 여동생을 만나고 91세로 상일학원 이사장인 김종성옹의 두 아들이 누이동생을 만나는 내용이었다. 어떤 학생은 생이별을 겪지 않았어도 그 아픔을 공유하여 통일염원을 되새겼다고 썼다. 『이 드라마는 정말 슬프다. 이 다큐는 눈물로 가득차 있다』고 쓴 학생도 있다. 그저 「담담한 감동」을 전해준 다큐였다고 받아들인 친구도 있다. 다른 학생은 혈육의 「초월적 관계」를 풀이말로 지목했고 가장 냉담한 학생은 『우리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이산가족의 아픔이란 이해는 하되 느낄 수 없는 존재이다. 따라서 이같은 다큐는 자칫 소수에게만 어필하는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썼다. 이처럼 이산 3세대는 밀려온 이산 상봉을 여러 갈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한을 전수해서 가슴으로 느끼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 또는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들이 이산가족 문제에서 느끼는 「슬픔의 에너지」는 여러 종류이며 농도가 묽다. /安炳璨(경원대교수)입력시간 2000/08/17 18:02 ◀ 이전화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