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골프선수 루크 도널드(35). 지난 19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2주 동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내줬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은 집념의 사나이다.
도널드는 현대 골프에서 흔치 않은 고전적 선수다. 폭발적인 장타자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도널드는 22일(한국시간) 현재 미국 PGA 투어 드라이버 샷 거리 부문에서 평균 273.0야드로 179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퍼트 능력을 보여주는 지수인 '퍼팅으로 줄인 타수(strokes gained putting)'에서는 단연 1위(1.186타)를 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샌드 세이브율(그린 주변 벙커에 빠진 뒤 타수를 잃지 않는 비율)에서는 5위(62.86%)에 올랐다. '쇼트게임의 귀재'라는 말이다.
도널드의 퍼트는 왜 강할까. PGA 투어 공식 웹사이트의 레슨 부문 에디터인 크리스 콘던은 '스트로크의 끝점'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의 퍼팅 동작을 살펴보면 늘 볼이 멈추거나 홀 속으로 떨어질 때까지 피니시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임팩트를 지날 때까지 퍼터 헤드를 계속 가속시켜 정확도를 높여준다. 스트로크 끝점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피니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릴리스와 안정된 임팩트에 큰 도움이 된다. 손과 팔이 아닌 어깨 주도로 '밀어주는' 바람직한 스트로크를 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셋업(준비 자세)도 그의 장점이다. 통제되거나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의 준바 자세는 별다른 조정 없이 '시계추' 스트로크를 만들어내며 정확한 퍼터 헤드의 경로와 퍼터 페이스의 각으로 연결된다.
그린 주변 벙커 샷에서는 그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는 최근 미국 골프 전문지 레슨을 통해 위크(weak) 그립으로 잡을 것을 강조했다. 위크 그립은 중립 그립에 비해 양손이 왼쪽(타깃 쪽)으로 약간 돌아가 있는 형태를 말한다. 페이스가 열리게 돼 슬라이스 그립이라고도 부른다. 위크 그립을 하면 임팩트 순간 클럽헤드가 닫히지 않아 헤드가 모래 아래로 깊이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왼쪽 손등이 타깃을 향하게 해서 잡고 오른손은 그 위를 살짝 감싸 쥐면 위크 그립이 완성된다. 가파른 'V'자 스윙보다는 'U'자에 가까운 스윙을 하면서 헤드의 리딩에지(페이스 하단부)보다 바운스(헤드 뒷면 불룩한 부분)가 먼저 모래에 닿도록 하는 것도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