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제 발등 찍은 정부

최근 재정경제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내놓은 한국경제검토보고서 초안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OECD는 비공개 초안에서 한국의 부동산정책, 특히 민간주택의 ‘분양가상한제ㆍ분양원가공개’ 등을 ‘반(反)시장적’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재경부는 곧바로 “OECD의 보고서는 단지 ‘초안’에 불과하고 지난 7일부터 OECD 본부에서 개최된 ‘한국경제검토회의’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끝낸 뒤에는 “OECD가 부동산 관련 정책 등이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차선의 대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뒷처리를 비교적 깔끔하게 마치는 순간이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해야 할까. 13일 OECD가 지적했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정책당국자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면 반시장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동산정책들을 원상 복귀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해석에 따라서는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에게 ‘정책이 복귀할 수 있다’는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도 충분하다. 더구나 국지적이지만 송도의 오피스텔 청약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참여정부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반시장적’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물론 발언의 진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때문인지 재경부는 “정책의 원상복귀라는 게 주택공급이 충분히 확대돼 주택가격 안정의 메커니즘이 잘 갖춰졌을 때 풀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인위적인 정책에 의한 단기간 가격 안정에 기인한 부동산대책 완화는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단기간에 정책의 변화는 없음을 재차 밝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OECD는 한국경제검토회의에서 “부동산 부문의 냉ㆍ온탕 정책이 주택가격 변동폭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역대정권이 부동산을 수단화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고 있는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정책은 또 바뀐다”고 기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확대해석이 됐건, 오역이 됐건 결국 부동산 참여자들에게 이 같은 확신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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