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 시화공단 입구에 위치한 기계부품 제조업체 Y실업 본사 공장.
공장 입구부터 한쪽 구석까지 펼쳐진 산더미 같은 자재에 먼지만 잔뜩 쌓여 있는 데서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다른 구석에는 생산 라인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면 일해야 할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모여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근래 들어 주문 물량이 30% 이상 확 줄어들면서 6개 라인 중 한 라인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 회사 L사장은 “자재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며 “그동안 힘겹게 버텨왔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조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산업단지 내 중소업체들이 한여름을 마무리하는 표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무더운 날씨까지 겹친 탓인지 지쳐 있고 무겁다.
올 들어 고유가와 환율 하락, 원자재가 상승 등의 악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제조업체들이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500개 중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7월 중 평균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68.8%로 전달보다 1.2%포인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떨어져 5개월 만에 60%대로 주저앉았다. 업종이나 업체의 경쟁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 현장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일감이 없어 공장의 기계 가동을 중단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Y실업 건너편 단지에서 전기공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K전기 S사장은 “공단의 상당수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제품의 공세에 밀려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섬유기계 업체를 운영하는 E기계 P사장도 “일감이 급감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인건비도 안 나오기 때문에 일부 생산 라인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업체들은 공장 생산설비를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P사장의 얘기처럼 경기침체 탓에 생산설비를 매물로 내놓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유휴설비거래 사이트(www.findmachine.or.kr)에 따르면 올 1~7월 매물로 나온 공장기계 등 생산설비는 총 7,5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증가했다. 설비매각 신청은 2월 사이트 개설 이후 처음으로 월 1,000건을 돌파했으며 5월 1,127건, 7월 1,252건이 등록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현장 체감경기는 사실 정부나 연구소의 진단과 더 큰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금리 급등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