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군대보유와 전쟁금지를 명시한 헌법조항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아베 내각의 출범은 새 정부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소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자위권ㆍ헙법 개정 등 일본 내에서도 터부시하던 것들이 풀린다면 한일관계는 당분간 굉장히 경색될 것"이라며 "내년 2월22일로 예정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가 한일관계 전망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의 외교안보 공약은 영토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학술적 조사연구를 수행할 전담기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독도를 둘러싼 분쟁이 극심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또 우리나라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반론과 반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베 총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교과서 검정제도도 개혁하기로 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도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자민당의 군사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해군을 시작으로 방위력을 증대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한일관계는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급격히 악화된 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아셈회의, 프놈펜 아세안+3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도 한일 정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차기 정부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후보 모두 한일관계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올바른 역사인식'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법론과 책임에 대해서는 인식을 달리한다.
4일 첫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동북아 질서가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며 "신뢰외교를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대일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하며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되 과거사 문제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러시아ㆍ일본 등 각국과 다자협력을 추구해 평화공영의 동북아 실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우경화로 흐르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무조건적 강경대응보다 아베 정권의 움직임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아베 정권이 동북아에서 파란을 일으켰다가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폭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새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를 예단해 무조건 강경 대응하기보다 아베 정권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