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식시장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단기급락에 따른 반등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주식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기존 상승추세를 바꿀 만한 재료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주식시장은 주 초반 조정 분위기가 다소 이어지겠지만, 국내 증시가 정치적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테러불안감에서 벗어나 다우지수가 1.1%, 나스닥이 2.1%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 국내 증시의 `내우외환(內憂外患)`가운데 외부 변수가 다소 안정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동안 장을 이끌어 왔던 외국인들의 매수추세와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조정이 있을 경우 우량주 중심의 저가매수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탄핵 단기충격 그칠 듯=대통령 탄핵이 예상하지 못한 큰 일이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간 북한 핵문제 돌출이나 남북간 무력충돌 등 정치ㆍ외교적 악재가 불거졌을 때도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줬을 뿐 기본적인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사회의 정치적 후진성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시장은 정치적 악재에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에 따른 충격은 지난 주말 급락과정에서 상당 부분 흡수했다”고 말했다.
◇주 초반 외국인 매매동향이 관건=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주 금요일 정오 미국과 유럽은 늦은 밤 시간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는 이번주 초반 외국인 매매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피치나 무디스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기존 등급을 유지한 채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외국인 매매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증시의 비중을 급격하게 줄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모멘텀 투자를 선호하는 일부 외국계 단기펀드들이 매도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하는 상당수 뮤추얼펀드의 경우 큰 동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망 속 저가매수 기회 노려볼 만=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주 초반까지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정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주 중ㆍ후반들어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조정을 보일 경우 지지선은 지난주 금요일 장중 저점인 820선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경우 일단 추이를 지켜보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조정이 있을 경우 정보기술(IT)주 및 실적호전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 전략을 고려해 볼 만 하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보유자의 경우 서둘러 주식을 처분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금 보유자에게는 지수가 800선 초반까지 밀릴 경우 가격부담이 낮아진 대형 우량주의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낙폭과대주 반등 예상=코스닥 시장도 대통령 탄핵보다는 미국 나스닥지수의 동향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실적 모멘텀 부재와 부실기업 퇴출 리스크 증대로 최근의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보인 종목의 경우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며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낙폭이 컸던 LCD 및 반도체 부품주들이 유망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