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고궁은 `도시의 에어컨`

서울 도심의 고궁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문화유적을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고궁에 환경적으로 중요한 숨겨진 기능이 있다. 바로 `냉섬`기능이다. 냉섬은 열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주변지역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도시 내 도로 대부분이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는 불투수 포장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여름이면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특히 시설이 집적된 지역은 기온이 인근지역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 지역의 온도만 섬처럼 높게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열섬이다. 우리가 도시화 지역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열대야도 이 같은 열섬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지구과학 전문가인 권영아 박사(건국대학교)에 따르면 기온이 높게 올라가는 여름~가을철 창경궁ㆍ창덕궁ㆍ종묘 일대의 기온이 인근 도시화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에 따라 여름철의 경우 3~4℃가량, 가을 철의 경우 5~6℃가량 낮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고궁이 이처럼 도심의 에어컨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녹지에 있다. 조사대상 고궁의 경우 녹지율이 100%에 육박하지만 인근 도심은 5%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녹지가 도시의 온도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녹지의 냉각효과는 서울 도심 내 뿐만 아니라 노원, 도봉, 중구, 마포, 양천구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북한산 일대나 고궁지역 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도로 포장률이 높은 한국의 도시 지역은 정상기온 이상으로 온난화돼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온난화가 일어나면 에너지 낭비, 대기오염 심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고밀도 개발을 위해 녹지를 줄였던 한국의 도시들은 그만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권 박사는 “도심 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녹지조성 비용은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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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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