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차부품협상 염두/급증 대일적자 제동도【뉴욕=김인영 특파원】 미 행정부가 14일부터 미국 항구에 정박하는 일본 선박에 대해 정박회수당 10만 달러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함으로써 미일간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무역제재수단으로 일본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물린 적은 여러번 있으나, 과징금을 물리기는 지난 87년 미일 반도체 분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 행정부는 일본 해운회사에 대한 강경 조치를 통해 현재 줄줄이 걸려있는 일본과의 통신, 항공,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협상을 관철하기 위해 초강수를 두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달러강세의 기조에서 얻는 무역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올초 일본 항만에서 하역작업을 할때 하역노조와 사전협의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 항만 운영체계의 개선을 요구했으며, 일본정부는 항만관행의 불공정성을 인정, 시정을 약속했었다. 이에 미일 선주협회는 일본 하역제도 개선을 위해 그동안 37차례나 협상을 했으나 타결점을 찾지 못했고, 마침내 미국은 제제를 예고한 9월4일 과징금 부과를 단행한 것이다.
국제 해운전문가들은 미국의 과징금 부과가 1년 동안 지속될 경우 일본우선은 세전 순이익의 10%, 가와사키 기선은 20%, 미쓰이선박은 50%나 손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선박회사들이 미국 기항회수를 줄이고, 캐나다 등으로 기항지를 옮길 경우 미국 항만의 수입이 줄어들므로 미국의 제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 지글러 대변인은 『자동차 부품 시장 개방, 일본 통신회사 NTT의 조달물자시장 개방 등 일본에 요구할 것이 산적하다』면서 이번 조치가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의 신호탄임을 암시했다.
올 상반기중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백60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2백20억 달러보다 엄청나게 불어나, 미국은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일본의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람보식 통상압력에도 불구, 일본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오사무 와타나베 일본 통산성장관은 『엔화가 1달러당 1백25엔까지 떨어져도 무역마찰 소지가 없다』며 미국에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엔저 기조가 유지되길 희망했다.
미국의 대일 통상압력이 거세지면, 국제 외환딜러들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일본관리들의 미지근한 태도로 달러가 엔화에 대해 전날 1백20.67엔에서 1백20.97엔으로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