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비운의 옛 상업銀 본점 "5번째 주인 찾아요"

6년만에 매각 추진…"풍수지리 안좋다" 구설수도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국내 5대 은행은 '조상제한서'로 불렸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조흥은행ㆍ상업은행ㆍ제일은행ㆍ한일은행ㆍ서울은행을 일컫는 말이다. 이 중 영욕(榮辱)의 부침이 가장 심했던 은행 본점이 바로 상업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소공별관)이다. 풍수지리가 나쁘기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한다는 구설수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2005년 매입한 소공별관을 다시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25일 "소공별관 매도 및 본점 리모델링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에 필요한 예산을 금융통화위원회에 신청할 것"이라며 "금통위가 이를 승인하면 소공별관을 처분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1987년 준공된 본관(신관)을 비롯해 제1별관ㆍ화폐금융박물관ㆍ소공별관 등 4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소공별관은 다른 건물과 동떨어져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은이 본점 리모델링작업의 일환으로 소공별관을 매각하게 되면 상업은행 본점은 5번째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상업은행이 이곳에 본점을 세운 때는 1965년. 준공식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테이프커팅을 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이 탄생하면서 상업은행 본점 건물은 1999년 두번째 주인인 부동산개발회사 SGS컨테크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세입자가 나타나지도 않고 자금난 등으로 가압류 소송에 휘말리면서 3년 동안 텅 빈 채 흉물스러운 건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2003년 부동산임대회사인 해창이 이 건물을 다시 매입해 지하1층ㆍ지상13층의 첨단 사무실빌딩인 '프리즈마 111'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2년 뒤인 2005년 공간 부족으로 별관 마련이 절실했던 한국은행이 해창으로부터 이 건물을 매입했다. 한은은 보유하고 있던 회현동 부지와 맞바꿨고 부동산 감정가액 차액인 220억원도 지불했다. 한은은 보유외환 3,000억달러를 운용하는 외자운용원을 이곳에 두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2005년 한은이 상업은행 본점을 730억원에 매입했는데 지금은 1,300억원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상업은행 본점은 사연도 많고 굴곡도 많은 유서 깊은 건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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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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