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22일] 지식기반경제의 '엔지니어링'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적어도 두 가지 뚜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식과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기반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눈에 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정보기술(IT)과 유비쿼터스기술은 건설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도시를‘u-City’라는 첨단도시의 형태로, 거점도시 간의 도로를 고기능ㆍ고규격의 ‘Smart Highway’라는 지능형 첨단도로의 형태로 진화 발전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빈부 격차를 가져오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며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도 뚜렷한 격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지역 간, 국가 간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세계 시장이 통합화되는 현상이다. 최근의 금융 위기에서 보듯이 과거 한 국가, 한 지역 내에 국한됐던 경제적 이슈들이 이제는 범세계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통합화된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지식기반경제로의 빠르고 효율적인 이행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출범한 현 정부가 지식경제부를 신설해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 체제를 갖춘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라 생각된다. 과학적 지식과 산업 기술을 조합하고 최적화해 새로운 실용가치를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링은 지식서비스 산업의 전형이다. 엔지니어링은 사업이나 시설물에 대한 기본계획과 타당성조사에서 설계ㆍ구매조달ㆍ감리ㆍ유지보수 및 안전진단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포괄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총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낮은 편이지만 성과물의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이 창출하는 높은 부가가치 때문에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 벡텔(미국), 에이멕(영국) 등 대표적인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은 전략적 지원과 육성정책 하에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립하고 각 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엔지니어링 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써 도로와 철도ㆍ발전소ㆍ플랜트ㆍ공항 및 항만 등 다양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구축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자리를 잡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 엔지니어링 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본격적인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술용역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1973년 엔지니어링 산업발전과 기술진흥을 위해 기술용역육성법(現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을 제정했고 1974년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를 설립했다. 이후 35년간 엔지니어링 산업은 국내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써 오늘날 시장 규모 5조6,000억원, 종사자 10만여명에 이르는 중추 산업으로 발전했고 중동ㆍ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세기에 엔지니어링의 역할이 건설ㆍ플랜트ㆍ통신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21세기에는 연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관 협력해 성장동력화해야 최근 우리 정부가 엔지니어링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지원 정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지식ㆍ혁신주도형 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제시와 함께 ‘서비스 산업의 성장동력화’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서비스 산업의 전형으로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전문인력 양성, 관련 법제도의 선진화, 해외진출 확대 등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혜롭게 풀어나가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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