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빈 주먹으로 정상에 오르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아메리칸 드림'이란 단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치 명문가(political dynasty)' 역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타계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대륙을 이끌어 온 정치 명문가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상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정치 명문가'(America's Political Dynasties)라는 저서로 유명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에게 의뢰해 미국의 10대 정치명문가를 선정,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헤스는 승계, 가족, 영향력 등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 10대 명문가를 선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정치 명문가는 96점을 얻은 케네디 가문으로 나타났다. 케네디가는 대통령 1명,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각료 1명을 배출해 숫자에서도 앞섰지만 각 개인의 영향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았다.
2위는 미국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1901~1909년) 대통령,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대통령 등 대통령 2명, 부통령 1명, 주지사 2명을 배출한 루스벨트 가문(92점)이 차지했다. 3위는 부통령 1명, 주지사 3명,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2명을 배출한 록펠러 가문(81점)이었다.
또한 할아버지와 손자 대통령을 배출한 해리슨 가문(76점)은 4위를 차지했고 2대 존 애덤스(1797~1801), 6대 존 퀸시 애덤스(1825~1829) 대통령을 배출한 애덤스 가문(68점)은 5위에 올랐다.
부자(父子)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67점)은 6위로 기록됐다. 헤스는 "부시 가문은 플로리다 주지사를 역임한 젭 부시가 아직 50대 중반이고 그의 아들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어 다른 어떤 명문가보다 향후 영향력을 이어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이밖에 국무장관 1명, 6명의 상ㆍ하원의원을 배출한 뉴 저지의 프렐링하이젠 가문(66점), 1800년대에 부통령을 배출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다 20세기엔 정계에서 발을 뺀 브레킨리지 가문(65점), 27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1909∼1913년) 대통령을 배출한 태프트 가문(64점), 델라웨어의 베이야드 가문(63점)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헤스는 미국의 정치 명문가도 시대에 따라 변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 명가로 부상한 부시 가문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명문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18, 19세기를 주름잡았던 해리슨, 애덤스 가문은 정계에서만큼은 쇠락의 길을 걸고 있다. 케네디 가문 역시 화려했던 영광이 이제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