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돈의 인간적인 고뇌 생생하게

신돈과 그의 시대<br>김창현 지음, 푸른역사 펴냄


‘고려 말을 혼탁하게 만든 늙은 여우’, ‘시대를 앞선 선각자’ 역사에 남은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신돈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신돈은 이제껏 그 이름 앞에 붙었던 요(妖), 사(邪), 괴(怪) 등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시대의 인물이다. 책은 신돈의 행위에 대한 가치 평가보다는 그의 집권 전 편린과 집권 후의 행적을 분석해 인간 신돈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능력이나 자질 면에서는 비범한 인간이었지만 당시 아웃사이더로서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던 신돈의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집중한다. 신돈이 경상남도 창녕 지역에 해당하는 영산 출신이라는 글의 시작부터 친근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득도 후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풍랑이 마치 역사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공민왕에 대한 평가도 새롭다. 책은 힘겹게 왕위를 오르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공민왕의 면모와 그에 의해 희생당해야 했던 수 많은 권신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고려사’ ‘반역전’에 실린 내용이 신돈에 대한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고려 말과 원나라의 관계,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 신돈과 공민왕의 개혁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격변하는 대륙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고려와 나라의 운명을 지켜나가려 했던 개혁가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을 통해 ‘인간’ 신돈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 시대 모든 리더들의 절박한 심정을 당시 개혁가들과 대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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