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경과 의사가 만난 7명의 기묘한 환자들

■ 화성의 인류학자 (올리버 색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교통사고로 전색맹이 된 I씨는 식탁에서 시멘트를 부어 놓은 것 같은 음식들에 적응해야 했다. 일출 광경은 마치 핵폭발 순간처럼 회색 뭉게구름으로 짓뭉게진다. 토마토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더 이상 구별할 수 없게 되었고 신호등은 불이 켜지는 위치로 읽어야 했다. 무엇보다 화가인 I씨는 화실 벽을 둘러싼 정체 불명의 형편없는 그림을 바라보며 자괴심에 빠져야 했다. 색깔 인식과 관련된 뇌 한구석이 고장난 것 뿐인데 자신의 인생은 송두리째 변했다. 어린 시절 병을 앓고 시력을 상실했다가 50여년 만에 극적으로 눈을 뜬 버질의 인생도 혼란 그 자체다. 50여년 동안 소리와 냄새와 촉각으로 인식했던 세상을 눈으로 다시 익혀야 하는 것은 축복이자 고통이었다. 이 책은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기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일곱명의 환자들의 실제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색맹이 된 화가 I씨. 뇌종약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레그. 끊임없이 신체 일부분을 움직이는 투렛증후군을 가진 외과의사 베넷, 50년만에 앞을 보게된 시각 장애인 버질, 과거 기억에 사로잡힌 화가 프랑코, 자폐성 천재 스티븐, 자폐인 동물학자 템플 그래딘이 주인공이다. 인지심리학 분야 고전으로 자리잡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자신의 환자들의 임상 사례를 소개한다. 유명한 신경학자인 색스는 기면성 뇌염후 증후군 환자들을 소재로한 영화 ‘소생’의 원작을 쓰기도 한 이야기 꾼이다. 그의 환자들 이야기는 딱딱한 전문용어로 가득찬 의학서적과는 다르다. 소설보다도 더 부드럽고 르포보다 더 박진감 넘친다. 색스는 자폐증, 투렛증후군, 간질 등 뇌질환 환자들의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시선을 모은다. 이 책에 담겨있는 환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딛고 심지어 자신의 새로운 운명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희망으로 둔갑시켰다. 저자는 이들 뇌질환 환자들의 예술적 천재성에 주목한다. 강박증이 있거나 자폐증 환자, 간질환자들의 행동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광기로 비춰지지만 이 같은 광기가 천재적인 예술 작품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비록 그들에게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고 정상적인 인간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화성의 인류학자라도 된 듯한 엄청난 혼란과 한계를 느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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