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유럽지역의 점포를 잇따라 통폐합하거나 철수하고 동남아시아와 중국시장 진출은 확대하는 등 해외영업망을 대폭 재정비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여건이 악화된 유럽시장 대신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권 공략을 통해 시장선점 효과와 함께 수익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일 월례조회를 통해 “해외영업망 정비 차원에서 유럽의 룩셈부르크현지법인과 런던현지법인을 통폐합해 지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외화 조달창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국내 본점이나 홍콩시장에서도 이 같은 기능을 충분히 대신하고 있는데다 국내기업의 현지진출이 줄면서 수익성도 떨어져 지역적 이점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도 올 상반기부터 유럽지역의 역외 투자금융 업무를 담당해 온 외환아일랜드금융회사(현지법인)를 폐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반면 국민은행이 최근 인도네시아 상업은행인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매년 1~2곳의 동남아시아은행을 추가로 인수키로 하는 등 은행권의 동남아와 중국시장 진출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9월 중국의 푸둥(浦東)과 상하이(上海))에 각각 지점을 연 데 이어 10월에는 하나은행이 제일은행의 칭다오(靑島)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교포시장을 대상으로 한 미국지역에서의 국내은행간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미국 내 교포은행인 팬아시아은행을 인수해 지난 9월 말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과 합병시킨데 이어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이 매물로 내 놓은 퍼시픽유니온뱅크(PUB) 인수전에 가세했다. 국민은행도 내년 초 미국 LA에 지점을 만들어 현지영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