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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럽] 솔제니친의 '암병동'의 교훈

환자에게 삶 연장·마감 선택권 줘야


1968년 발표된 소설 ‘암병동’은 러시아의 유명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솔제니친의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암병동을 통해 당시 소련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한 소설이지만, 작가 본인이 암환자로서 겪었던 경험을 살려 등장인물들의 육체와 정신 세계를 상세히 묘사해 암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지금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라는 도시의 암 전문병원이다. 개인적으로 이곳 암센터에 두어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실제 소설처럼 상당히 낙후돼 있었다. 의료장비나 병원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진찰실은 간단한 검진만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치료받을 때 사용하는 주사기와 주사바늘 조차도 모자라 환자나 보호자가 암시장에서 구해 와야 했다. 말 그대로 특별할 것도 없는 치료를 받고 침대 위에 하염없이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다. 의료진이나 진료받는 사람들 모두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우리나라의 암병동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실 우리 암병동은 첨단 기기ㆍ시설ㆍ치료 등 첨단 의학 속에 극렬한 전쟁터 같은 분위기인 반면, 그곳은 전반적으로 삭막하다 못해 적막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우리나라 암치료 현실에서는 조용히 환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치료를 통해 얻는 새 생명,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물론 한국의 병원들이 소설 속 암병동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해내고 그들의 삶을 연장시켜 주고 있지만, 쫓기듯 획일적이고 복잡한 의료환경에 떠밀려 그들의 치료과정이나 치료 후 삶의 질ㆍ가치 까지는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 수명연장이 아닌, 암이 발견되는 시점부터 환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사는 정확하고 바른 증상과 치료법을 제시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환자 자신이 삶을 이어가는, 혹은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너무 발전해 오히려 혼란스러운 의료 현실에서 과연 무엇이 좋은 치료인지 성찰해보게 된다. 최일봉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 척추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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