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다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고 범유럽기업(Societas EuropaeaㆍSE)’으로 전환하는 독일기업들이 늘고 있다.
SE 제도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상법이 적용되는데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유럽집행위(EC)가 1년 전 도입한 것으로, SE 지위를 얻은 기업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관련법이 아니라 EU 회원국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을 따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지난 달 SE로의 전환 계획을 발표한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SAP도 SE로의 지위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기업들 사이에서 SE로의 전환이 늘고 있는 것은 독일 관련법에 비해 SE에 적용되는 법률이 기업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일 관련법에 따르면 2,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사진 자리 절반을 근로자 대표에 배정해야 하지만, SE 지위를 얻을 경우 이러한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특정 국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범유럽 기업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해외 인수합병(M&A) 등에서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어디서 사업을 하든 공통된 법이 적용돼 다국적 기업의 회사 운영이 한층 수월해지는 장점도 있다.
SAP의 재무담당 이사 베르너 브란트는 “SE 지위를 얻을 경우 해외 M&A나 단일 그룹으로의 성장, 나아가 유럽 내 협력 관계 구축 등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SE 지위전환의 법률 자문 업무를 맡고 있는 한스 디크만은 “SE 지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독일 블루칩 기업 대부분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