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두산중 사태가 남긴 교훈

지난 1월9일 노조원 배달호씨의 분신자살로 비롯된 두산중공업 노사분규가 발생 63일 만인 12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타결됨으로써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불안요소 하나가 걷힌 것은 큰 다행이다. 이날로 예정됐던 노조 결사대의 회사 내 투입과 이를 저지하는 공권력이 충돌했을 경우 사태는 심각한 방향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노조원의 분신자살이라는 사건의 극한성으로 인해 분규해결을 위해서는 사측의 특별한 양보가 필요했다. 사측이 조합원 개인에 대한 가압류 및 손해배상소송을 소급해서 취하하고, 조합비 가압류의 완화, 해고자의 부분복직, 파업기간 중 무노동의 50% 유급화 등을 양보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훼손된 것은 예외적인 것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이번 노사분규 동안 큰 파업이 벌어지지 않은 것도 특기할 일이다. 이는 두산중 사태가 회사노조 보다 금속노조, 민노총 등 상급단체에 의해 주도된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점에서 분규가 진행중임에도 정상조업에 임한 대다수 회사 노조원들의 자세는 매우 성숙된 것이었다고 평가된다. 개별사업장의 문제를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으로 몰아가려는 민노총의 전략은 재고돼야 한다. 노조측은 배씨의 시신을 63일 내내 사업장 안에 안치 한 채 회사측과 대치해 왔는데 이는 매우 비이성적인 태도였다. 그로 인해 법원은 배씨의 시신을 회사 밖으로 옮길 것과, 민노총 결사대와 민노총 간부들의 회사출입 금지를 명령했다. 배씨의 자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하듯이 이런 식의 노조 대응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타협을 통해 마무리 된 데는 검찰의 SK그룹 분식회계 수사 등 재벌개혁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회사측이 노조원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그룹차원에서 비상장기업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세습한 문제가 불거져 해당 주식을 전량 소각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내부거래 행위는 그룹의 이미지를 손상시켰음은 물론, 사측의 양보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다. 노조 측으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제여건에서 총파업으로 몰고 갈 명분도 없었고, 그것이 결과할 사태에 대한 책임문제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노사간 자율해결이 안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토론회 발언 또한 결코 노조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두산중 노사는 민영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큰 파동을 겪었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의 호흡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노사가 협상력을 키워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화합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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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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