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확실성 시대의 투자

요즘처럼 투자가 힘든 시대도 드물다.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 행정수도 이전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이 힘들고 은행예금 금리도 세금을 제외하면 3%대로 물가상승률에 못 미친다. 이자수입으로 생활해야 하는 은퇴자나 이자수입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사단ㆍ재단 등의 단체는 줄어드는 수입으로 생활이 곤란하거나 사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은행의 지수연동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이 또한 조건도 까다롭고 조건이 충족 안될 경우 일반예금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직접 주식투자는 더 어렵다. 이라크전쟁이 어떻게 될지 북핵 문제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고 설사 두가지 문제가 잘 해결되더라도 경기가 회복 안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확실한 것을 원하는 투자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때 지수는 이미 꼭대기를 쳐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커 투자하기 힘들고 투자해서 재미를 봤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시중에 부동자금으로 370조원이 떠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위험을 줄이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방법이 없지도 않다.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가 힘든 이유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이 변동성을 타려는 데 있고 또 국민성 때문에 그런지 모르지만 너무 단기에 승부를 보려는 데 있다. 이 두가지 투자습성 때문에 외국인에 비해 우리 개인들의 투자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를 할 때 시장의 변동성은 무시하고 개별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장기투자를 하면 어떨까. 소위 가치투자다. 한국주식시장은 시장 PER이 8배 수준으로 웬만한 종목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모두 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상장사들을 잘 살펴보면 주식투자가 겁난 사람에게 보다 안전한 종목들이 있다. 먼저 수출보다는 국내에서 지배적인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찾는다. 수출기업은 국제경기가 좋으면 이익이 급증하나 세계경기가 악화되면 이익이 급감한다. 이러한 기업은 주가의 변동폭도 크다. 내수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으면 설사 국내경기가 악화돼도 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다. 100% 내수기업보다는 수출비중이 20% 정도 되는 기업이 좋다. 수출이 어느 정도 있어야 내수악화시 커버할 수 있고 해외경기 호전시 수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과거 이익이 급변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을 고른다. 물론 향후 순익도 증가할 기업이라야 하고 순익규모도 일정규모 이상이어야 한다. 해외경기ㆍ환율ㆍ유가ㆍ금리 등으로 수익이 급격히 변하는 기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기업들은 변동성을 좋아하는 투자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나 처음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PER도 시장평균보다 낮고 주가도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종목이 좋다. 또한 배당도 은행금리 이상, 가급적 1.5배 이상을 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기업들을 찾아 쌀 때 즉 현재와 같이 정치ㆍ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사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배당만으로도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주가도 오를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종목들이 과거의 롯데칠성ㆍ신세계ㆍ태평양과 같이 큰 수익을 가져다줬고 지금도 비슷한 종목들은 계속 탄생하고 있다. 다만 큰 과실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부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인내가 요구된다는 것뿐이고 이와 같은 자세가 요즘과 같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윤태순 (한화투자신탁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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