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박영훈, 쉬운 길로 가다 제5보(79~100) 흑79, 81은 궁여지책이다. 이것으로 백 2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흑으로서는 이렇게 저항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여기서 박영훈은 한참 망설였다. 참고도의 백1로 움직이면 갇혔던 백이 탈출할 수가 있다. 흑에게 회돌이를 당하긴 하지만 일단 백이 살아나오기만 하면 백13으로 공격(수순중 7은 1의 아래)하여 흑을 마음껏 괴롭힐 수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흑에게 10과 12를 허용하게 되므로 중원 방면의 흑은 상당히 두텁게 된다는 점이 백으로서는 조금 꺼림칙하다. 더구나 하변의 흑을 잡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망설이던 박영훈은 참고도를 백의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쉬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 실전보의 백82, 84로 밀고나간 이 코스. 흑이 83, 85로 굴복한 것은 불가피하다. 흑으로서는 뼈가 저리고 백으로서는 너무도 즐거운 수순. 백88로 진출하는 데까지 손이 돌아와서는 백의 완승 태세. 흑의 확실한 실리는 우하귀뿐인데 백은 좌상귀와 좌하귀가 확정지이고 가에 끊어잡는 수까지 보너스로 확보한 입장이다. 흑89는 끝내기상으로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수지만 백대마 전체를 위협하여 심리적인 부담을 주겠다는 수. 그러나 백이 100으로 확실하게 연결해 버리자 흑의 패색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3-18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