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투기자본 경영권간섭 어려워진다

임원선임·해임등도 경영권에 영향주는 행위 규정<br>경영권 행사하려면 지분보유현황등 공개 의무화<br>소버린 태도변화 불가피… 대립구도 변화 '관심'

재계 4위 SK그룹의 경영권을 결정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소버린자산운용간 제2차 ‘3월 대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토종자본의 경영권 방어에 역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증권거래법이 개선되면서 최 회장은 소버린의 의결권까지 배제할 수 있는 ‘필승 카드’를 얻게 됐다. 최 회장의 과거를 무기로 퇴진압박을 늦추지 않던 소버린은 경영간섭에 나서려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실제 보유자 등)를 새로 보고해야 하는 등 싸움환경이 판이해졌다. 소버린이 공세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거래법 개정, 소버린 치명타=기존 증권거래법은 외국인 등이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대량(5% 이상) 매입했어도 사실상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방치, 국내자본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웠다. 역차별이라는 비난에 재정경제부는 규정의 원칙을 손봤다. 개정법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임원의 선임ㆍ해임ㆍ직무정지,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 등으로 규정한 것. 업계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투기자본 등 주식매집자가 주식보유 목적을 숨기기 어려워졌다. 개정안은 특히 지분보유 목적이 ‘경영권 행사’면 보유자 등 보유현황을 상세하게 새로 보고할 의무까지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투기자본이 함부로 경영권 간섭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묘책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경부는 구체적 사항을 적시하기 위해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소버린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올 주총에서 이사후보를 내세우거나 기존 대주주의 이사선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서려면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권 행사’로 바꿔야 하며 상세하게 지분보유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일로부터 5일 동안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냉각기간’을 적용받는다. 개정안의 적용일은 오는 3월 중순 이후. SK 등 경영권 방어가 불투명한 기업은 주총일을 최대한 늦춰 결정하면 공격자측은 꼼짝없이 주총 의결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분 상세보고 의무도 부담이다. 보유자 정보 등 구체적 지분내역을 밝혀야 하지만 자금줄을 감추고 싶은 게 투기자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권에 영향력을 주는 행위’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게 됐다. 이전처럼 지분보유 목적을 ‘수익창출’로 숨기고 경영간섭에 나서면 사정당국에 고발되고 의결권 제한 및 주식 강제처분 명령을 받게 된다. ◇SK-소버린 대립구도 벗을까=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 사태 발생 후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 지분 14.99%(현 14.86%)를 매입한 뒤 SK글로벌ㆍSK해운 등의 분식회계 책임 등을 들어 최 회장의 경영퇴진을 줄곧 요구해왔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직접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워 최 회장측 후보와 표대결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최 회장의 퇴진을 겨냥,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항고 중이다. 소버린의 강공책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테마를 형성해 SK㈜ 주가를 끌어왔다. 투자자들은 반갑게 싸움을 지켜봤지만 당사자인 SK는 곤혹스러웠던 입장. 소버린이 거센 압박을 거두지 않자 SK 역시 소버린을 주주로 대우하면서도 정면대결을 감수해왔다. 그러나 증권거래법 개정에도 소버린이 밀어붙이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SK가 다른 외국인투자가들과의 장기적 관계를 감안, 당장 소버린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주총일을 맞추지 않더라도 100% 사설펀드인 소버린이 ‘경영권 행사’에 나서려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많은 정보를 새로 공개해야 한다. SK그룹 일각에서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소버린의 태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화와 협력을 모색 중이다. SK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정당한 경영권 방어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져 소버린에 정면 대응하자는 주장이 많다”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소버린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