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외환보유액 다변화 다시 속도 낼듯

■국내 파장 <br>金총재 취임이후 지속 추진 불구 큰 변화 없어<br>美국채 빼면 당장 투자처 마땅찮아 고민<br>"장기적인 기축통화 변화 대비 달러비중 축소"


정부 및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들이 7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주열(왼쪽부터) 한국은행 부총재와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동호기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지지부진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작업에도 중장기적으로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3.7%에 달한다. 상품별로는 정부채ㆍ정부기관채 및 자산유동화채 비중이 35.8%, 21.8%, 16.1% 등이다. 미 달러화 비중이 3분의2에 달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 역시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투자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김중수 한은 총재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외화자금국을 외자운용원으로 확대개편했다. 또 한은은 기존의 입장을 바꿔 최근 금 투자에 나섰다. 위안화 투자도 추진해 올해 초 중국 당국에 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련의 제스처가 구체적인 액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 들어 6개월가량 지난 지금까지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에 큰 변화는 없다. 5~6월 25톤가량의 금을 국제시장에서 사들였지만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반면 한은과 달리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표시 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자산의 비중은 60.7%로 지난해의 61.8%보다 하락했다. 10년 전 72.7%보다는 10%포인트 넘게 하락한 수치다. 올 1ㆍ4분기 유로화 비중도 26.6%로 1년여간 0.6%포인트 떨어졌다. 호주ㆍ뉴질랜드ㆍ캐나다 달러 등 '기타통화' 비중은 올 1ㆍ4분기 4.7%로 지난해 3.6%에 비해 상승했다. 외환보유액 구성 비중을 공개하지 않는 중국 인민은행도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중국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인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막대한 부채와 '더블딥' 우려로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면서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게 분명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온 '달러'의 위상이 장기적으로 추락하면서 달러의 효용성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채권 딜러는 "미국 '더블딥'에 대한 공포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달러가치가 상승하겠지만 길게 보면 달러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인 만큼 전세계 통화의 위상 변화를 고려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한은이 급격한 외환보유액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미국 국채를 제외하면 달리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신용이 AAA인 곳은 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스위스 등 재정 위기가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유럽 국가가 대부분이다. 유동성이 최우선인 외환보유액을 담기에는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또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AA+' 역시 안전한 투자처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달러 중심의 기축 통화 체계에 변화가 올 것에 대비해 달러 및 정부채 비중을 줄이는 등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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