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내 생활가전사업부 글로벌제품 전시실. 전시공간 한쪽에 원통형의 스탠드 스마트에어컨Q가 매끈한 외관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삼성 로고 아래 손바닥을 갖다 대니 전면을 덮고 있던 패널이 부드럽게 열린다. 커버가 열리자 이내 터치버튼판과 함께 배출구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원한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김지영 삼성전자 에어컨마케팅그룹 과장은 "이 제품을 스마트Q라고 이름 붙인 것은 말 그대로 '한큐'에 원하는 기능과 모양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디자인과 기능 모두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고 제품을 소개했다.
지난해 출시된 둥근 에어컨은 돌풍을 일으켰다. 김 과장은 "혁신적인 디자인이 새 시장을 연 대표적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제품이 출시된 후 삼성전자의 국내 프리미엄에어컨시장 점유율이 기존 50% 수준에서 70~80% 수준으로 성큼 뛰어올랐다.
둥근 에어컨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그동안 프리미엄에어컨의 강자로 군림해온 일본 업체를 압도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삼성의 둥근 에어컨이 중국시장에 나오기 이전에는 일본 에어컨 브랜드 다이킨의 스탠드형 제품이 한 대에 180만원 수준으로 최고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제품이 현지 출시된 뒤 지금은 250만원 수준의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중국 현지에서 기존에 없던 프리미엄 시장군을 창출한 셈이다. 김 과장은 "이들 제품으로 중국에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에어컨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둥근 에어컨 돌풍은 디자인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실 스마트에어컨Q의 최대 장점은 모양 자체다. 스마트에어컨Q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채택한 '둥근 에어컨'의 연장선이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원통 형태의 스탠드 에어컨을 내놓았다. 둥근 디자인이 갖는 장점은 만만찮다. 우선 기존 네모난 에어컨보다 공간을 확실히 적게 차지한다. 보통 에어컨을 놓으면 제품 뒷면 공간은 버려진 공간이다. 둥근 에어컨은 뒷공간을 채우는데다 폭도 36㎝으로 약 5㎝가 줄어 공간 활용도가 30% 더 넓다. 심미적인 만족감도 크다.
스마트에어컨Q의 둥근 디자인의 원형(Prototype)은 지난 2009년 내부적으로 첫선을 보였다. 기존 에어컨의 디자인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디자인 그룹의 고민 결과였다. 정희재 삼성전자 디자인그룹 책임은 "무수한 소비자 조사 결과 에어컨은 거실에 놓이는 중요한 제품이지만 박스 모양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며 "모양이나 크기가 관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하는 2012년형 스마트에어컨Q의 외양은 피어나는 꽃이 모티브다. 에어컨에 손을 대면 패널이 열리는 것도 봉오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관으로 받아들여졌던 에어컨 디자인이 꽃으로 거듭난 셈이다.
디자인의 변화는 개발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외형의 변경은 필수적으로 내부 구조의 변화와 이에 따른 부품의 발전을 요구했다. 새로운 형태의 팬은 물론 바람이 흐르는 방향도 새로 설계해야 했다. 이에 2010년 2월부터 상품기획과 디자인ㆍ설계ㆍ품질 등 25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둥근 에어컨은 이들이 7개월 동안 퇴근을 마다하고 만든 결과물이다. 하종권 에어컨개발그룹 책임은 "새롭게 디자인한 외형 내부에 모든 구조물을 채워야 했지만 기존 부품으로 할 수가 없었다"며 "성능이 좋으면서도 더 작은 열교환기가 필요해 선행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던 열교환기를 가져와 서둘러 상용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의 둥근 디자인 에어컨은 이른바 '4세대 열교환기'를 첫 적용한 에어컨이라는 기술적 의의도 지니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제품의 경우 아쉬움은 남았다. 일부 모델에서 냉방ㆍ제습 중 실내기가 멈추는 등 오작동 현상으로 사전점검을 실시했던 것. 이에 올해 추가된 기능이 바로 '스마트 인스톨'이다. 이는 제품 설치 직후 배관연결 등 설치 상태를 체크해 김연아 선수의 육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지난해 발생한 문제의 대부분이 설치과정에서 규정 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 따른 결과였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미 2013년형 제품을 위한 디자인 및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정 책임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며 "내년에는 더 뛰어난 혁신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