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KB 차기 회장 핵심기준은 '금융경쟁력 확보'다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선발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크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2일 1차 후보 10여명을 압축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벌써 "타 은행 출신은 낙하산이나 다름없어 안 된다" "특정 지역 출신은 곤란하다" "관피아를 배제하라"는 등 말들이 많다. 유력 후보 간의 여론전도 볼썽사납다. 아무개는 정치권 누구와 친하다, 아무개는 어떤 실세와 선이 닿아 있다, 아무개는 출신 지역이 어디라 유리하다는 식의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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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B국민은행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조가 직접 나서 다른 은행 출신 외부 인사는 명백한 낙하산이므로 이들을 1차 후보 10인에서 배제하라며 회추위를 공공연히 압박할 정도다. 금융권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인사 배제 기류도 만만찮다.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수뇌부가 모두 이 지역 출신인 마당에 KB마저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논리다. 더구나 관료 출신의 차기 KB금융 회장 선임은 관피아 척결 바람에 거론조차 힘든 실정이다. 타 은행 출신도, 특정 지역 출신도, 관료 출신도 안 된다면 어쩌란 말인가. 물론 KB 내부 출신으로 비영남 인사 가운데 차기 회장을 고를 수는 있겠으나 자산 292조원으로 국내 금융회사 전체의 12분의1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금융의 맏형 격인 KB금융 수장을 이토록 협소한 틀 안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회추위는 2일 1차 후보군 10여명 압축에 이어 다시 2차 후보군 상위 4명 안팎을 추려 이달 하순 최종 회장 후보자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도 흠 잡을 수 없도록 공정성을 기하기 바란다. 유력 후보 당사자는 물론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페어플레이를 당부한다. 무엇보다 회장 추천작업의 중심에 '금융산업 발전' 과제가 놓여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80위로 가나(62위), 보츠와나(57)에도 뒤진 형편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상황이 차 떼고 포 떼고 장기를 둘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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