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北 미사일 발사] 내성생긴 금융시장

과거 '학습효과' 탓 움직임 거의 없어


‘북한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금융시장은 출렁거림을 반복했고 지난 90년대에는 극심하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선언을 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이틀 사이 32포인트나 급락했다. 2002년 12월 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미국에서 ‘악의 축’ 발언이 나올 당시에는 주가가 이틀새 23포인트나 떨어지고 원ㆍ달러 환율도 나흘 동안 16원 이상 빠지면서 1,200원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재선언 때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함께 아시아 증시까지 덩달아 추락했다. 북한이 지난해 2월 중순 전격적으로 6자 회담 중단을 선언할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음을 보여줬지만 조금이나마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북한 리스크는 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적인 불안요인임을 항상 되새겨주곤 했다. 하지만 이제 또 다시 흘러나온 ‘유행가’쯤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5일 터진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너무 차분했다. ‘충격이 거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지난해 2월 중순 이후 거의 1년반 만에 돌출된 ‘북한 리스크’에 대해 시장의 주체들은 ‘학습효과’를 단단히 겪은 듯 흔들리지 않았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모두 ‘미동 수준’이란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었다. 주식시장의 경우 장 초반에는 미사일 발사에 충격을 받는 양상이 엿보이기도 했다. 개장과 함께 25포인트 이상 내려 앉았던 종합주가지수는 이내 안정을 되찾더니 정오쯤에는 잠시 상승세로 반전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외국 투자가들조차 장 중반 매수 우위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였을 정도다. 원ㆍ달러 환율도 마찬가지. 전날보다 4원10전 오른 947원50전으로 거래를 시작해 한때 948원90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945~946원을 오르내렸다. 심지어 원ㆍ엔 환율의 경우 장 내내 원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보다 일본의 충격이 더 컸다는 것. 이제 관심은 미국과 유럽 시장인데 금융당국은 생각보다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경제 전문가들도 미사일 문제보다 경제 펀더멘털 쪽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한 외국계 은행 대표는 “시장이 주시하는 핵심 변수는 북한 문제보다 경제 펀더멘털에 관한 것”이라며 “경기가 꺾이고 있고 소비도 둔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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