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4차 중간수사결과 분식회계를 통해 수천 억원의 사기대출 받거나 회사자금을 유용하는 등의 혐의로 진로와 고합, 건영, 갑을 등 부실기업 경영주와 임직원 등 34명을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과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 등 18명을 구속기소하고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등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사기대출 받은 금액은 1조9,171억원, 부실채권 규모는 4조1,732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앞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S, N, D사 등 10여개 부실기업주와 불법대출에 연루된 금융기관 임원 등 79명을 출국금지 했다.
◇분식회계로 거액 사기대출= 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은 94년8월~97년4월 사이에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지원금의 회수가 불가능한 진로건설과 진로종합유통, 지티비, 우신공영 등 4개 계열사에 어음대여 등의 방법으로 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6,300억원을 부당지원, 진로측에 손해를 입혔다. 장 회장은 또 95년~97년 도산상태에 있던 진로건설에 대한 관계사 대여금 5,000억원을 종금사 대여금으로 회계처리 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5,500억원을 사기대출 받았다. 장 회장은 특히 자신이 회사측으로부터 빌린 1,000억원 상당의 대여금을 결산기간이 다른 계열사를 이용,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주대여금 자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은 80년대 말 이후 화섬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매년 수백억원씩의 적자가 누적돼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지자 비용을 누락시키거나 자산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5,517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6,794억원을 사기대출 했다.
박창호 전 갑을그룹회장은 94~96년 섬유경기 침체로 수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없는 재고자산을 있는 것처럼 꾸며 889억원을 분식회계, 5,500억원을 사기대출 했고 엄상호 전 건영그룹회장도 공사진척률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공사수익을 과대 계상해 260억원의 분식회계로 1,000억원 상당을 사기대출 했다.
◇문어발 확장ㆍ차입경영으로 부실초래= 검찰은 88년 장진호 진로그룹회장 취임이후 89년부터 4년간 세림개발산업 등 부실기업 9개를 인수하고 우신투자자문회사 등 10개 계열사를 설립하는 등 채산성을 무시한 기업확장이 도산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회장은 이와 함께 96년12월~97년3월 사이 진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해외법인(진로재팬ㆍ진로홍콩) 자금 287억원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외자를 유치하는 형식으로 반입, 진로종합유통에 대여함으로써 모 기업인 진로 등의 동반부실을 가져왔다.
검찰은 또 고합그룹이 80년대 말 이후 중국 등과의 경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고합과 고합물산, 고려석유화학, 고려종합화학 등 4개사로 분리한 다음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매출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하려다 과다한 금융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직원 도덕적 해이 극심=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진호 진로회장 등은 98년 화의인가가 된 이후에도 진로의 위스키 사업 매각자금 가운데 680억원을 부실회사에 지원해 진로에 손해를 입혔고 부동산 매각과정에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모두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유용하기도 했다.
노진각 ㈜동신 회장은 2000년5월~10월 상환능력이 없는 부실기업이나 유령회사 이름으로 융통어음 등을 할인 받은 다음 결제일에 부도처리 하는 방법으로 열린금고로부터 92억원을 사기대출 했다. 이 과정에서 손성호 전 열린금고 대표는 동신의 부회장에 영입된 뒤 전 대표의 직위를 악용, 사기대출에 일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