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먼저 해야 할 일

그들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수개월간 갈등만 빚은 채 '동반의 사다리'는 놓지 못한 채 결국 끝이 났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놓고 하는 말이다. 최 전 장관은 지난 1월 말 취임 이후 그야말로 '싸움의 연속'이었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기름값과 싸워야만 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정전대란으로 전기와 싸워야 했다. 공무원으로서 곧은 소신과 강단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최 전 장관은 '최틀러'에 이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싸움닭'의 이미지까지 덧칠해졌다. 특히 동반성장 정책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정 위원장과 가시만 잔뜩 돋친 말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릴레이 언쟁'을 벌일 정도로 큰 간극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이 자리를 함께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 동반성장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최선봉에 있는 두 기관의 수장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지나간 일이 됐다. 홍석우 전 KOTRA 사장이 '짧은'인사청문회를 거쳐 17일 지경부 장관에 취임한다. 지난 9ㆍ15 정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미 사임의사를 밝혔던 최 전 장관은 전날 과천을 떠났다. 이제 지경부의 업무는 홍 장관의 눈과 귀 그리고 입에 달렸다. 홍 장관은 지경부 내부 출신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청장도 역임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동반성장 정책을 놓고 수장들까지 나서서 갈등을 빚었던 지경부와 동반위가 그야말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은 셈이다. 홍 장관은 우선 정 위원장부터 만나야 한다. 정 위원장의 임기 역시 1년이 다 돼 간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와 대립해왔던 앙금을 버리고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막걸리 애호가로 유명한 홍 장관이 정 위원장과 마주 앉아 막걸리를 한 잔 걸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진정한 동반성장은 바로 '소통'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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