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중동 정세 불안 심화… 물가비상] "쓸만한 카드가 없네"

금리 올리자니 중동사태·가계빚 등 부담<br>유류세 내리자니 세수 줄어 재정악화 우려

물가상승, 잡히지 않는 전셋값,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동 사태….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것이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토로했듯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부가 펼 수 있는 정책의 공간은 좁아지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실효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당장 물가 인상에 적절한 거시경제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마땅히 내놓을 대책이 없다. 플라세보 효과를 노린 것일까. 대책이 나오지 않는 대책회의만 반복하고 있다. 당장 통화정책이 그렇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대란이 예고되고 있지만 금리인상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동 사태를 고려한다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 전체를 망칠 수 있는 탓이다. 800조원에 다다르는 가계부채도 정책 공간을 제한한다.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어놓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종료를 놓고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제를 풀면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고 규제를 계속하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정책의 타깃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쉽지 않다. 유가 상승과 함께 핫이슈로 떠오른 유류세 인하도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 딜레마다. 2008년 150달러에서 유류세를 인하한 만큼 유가 급등이 지속될 경우 다시 쓸 수 있는 카드지만 어느 시점에 내놓을지 고민이다. 유류세를 인하해 세수가 줄어들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가가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를 미리 써버리면 다음 단계에서는 내놓을 카드가 없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내부적으로는 단계별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지금 뭐라고 밝힐 수가 없다"며 "좀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확장적 재정정책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복지논란과 함께 재정수요가 다시 확대되는 점도 정부를 난처하게 한다. 정부는 이미 재정적자규모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에서 올해 2.0%로 줄이고 조기집행 비율을 61%에서 57%로 축소하는 사실상 긴축정책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계속되는 복지 논란에 따른 재정수요에다 중동 사태 등에 따른 성장률 둔화 등의 가능성은 재정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 여기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경제ㆍ동반성장의 이슈가 결국은 재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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