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뭄바이 그 이후

지난주 뭄바이 열차 폭탄 테러의 파장을 알고 싶으면 카슈미르 평화 협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면 된다. 인도 외교부 장관은 핵 보유국 중 하나인 파키스탄과의 직접 대화 일정을 취소했다. 테러리스트들이 봤으면 박장대소하며 좋아할 일이다. 지난 50년간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 카슈미르에서는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을 정도로 싸움이 지속됐다. 최근 몇 년 새가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2004년 양측은 무장해제 협정을 체결했다. 평화 무드에 힘입어 양국의 국경길도 열렸다. 양국 모두에 대중 스포츠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크리켓 대회도 열렸다. 이른바 ‘크리켓 외교’다. 99년 취임한 파키스탄의 페르베르 무샤라프 대통령은 ‘크리켓 외교’로 인도 정책당국자들과 미국 정계 실력자들에게도 신임을 얻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차관보는 “그 어떤 국가도 파키스탄보다 더 열심히 알카에다와 싸우고 더 많은 병사들을 잃은 나라는 없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평화의 역사를 ‘검은 페이지’로 만들어버렸다. 지난 몇 달간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지역에 본부를 둔 테러 조직의 소행이다. 끝내 지난주에는 뭄바이 열차 테러로 207명의 사상자를 내고 80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했다. 인도가 ‘버럭’ 화를 낼 만하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003년 국경 지역의 테러를 섬멸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부족했다.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금 더 전념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카슈미르 지역의 평화 조성에 그의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인도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극단으로 치닫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파키스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갔다. 파키스탄 정부와 카슈미르 지역의 테러리스트들을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파키스탄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만이 카슈미르 지역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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