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상황때 정부 '투명한 개입' 필요"

원칙적으론 주채권銀서 처리…필요땐 정부중재 요청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금융기관장들과의 회동에서 가계불안과 신용불량자 문제의 출발점을 ‘금융권’으로 지목했다. 금융기관들이 집단이기에 빠져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적 문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살기식 행태에만 안주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카드대란 당시 국민은행 등 일부 기관의 이기적 행태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국계가 주인이 된 일부 은행들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보다는 개별주주의 이익만 챙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동에 외국계인 외환ㆍ제일은행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이날 재정경제부가 제출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 재경부는 우리 금융시장이 ‘쏠림현상(Herd Behavior)’에 빠져 부분적인 부실요인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카드채 문제의 경우 지난해 카드사 경영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2002년 말 87조7,000억원이었던 카드채 잔액이 지난해 11월 말 45조5,000억원으로 1년도 안돼 42조2,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행태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35위인 반면 금융경쟁력은 40위에 그쳤다. 국내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에 불과하다. 세계 수준의 금융기관도 전혀 없다. 노 대통령은 “금융허브에 대해 금융인들이 된다, 안된다 하는데 안되면 한국이 뭐를 먹고 사나, 된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경영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원칙적으로 주채권 은행이 책임지고 처리하되 필요하다면 정부의 중재 등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금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범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비선 라인으로 이뤄지던 종전의 ‘관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에서 정부와 금융기관간 관계도 달라졌기 때문에 은행연합회 등 협회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립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노 대통령은 밝혔다. 금융기관 직원들을 괴롭혀온 ‘면책의 범주’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판단 오류라 하더라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선의를 갖고 내린 판단 등 허용될 수 있는 오류는 면책해야 금융기관 임직원이나 정부 당국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위기관리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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