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3부>'서바이벌 금융게임' 다시 시작됐다 5. 홍콩

中 등 이머징마켓 발판 삼아 힘찬 飛上… 亞금융허브 굳힌다<br>印·남미 등은 선진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견고한 회복세<br>中본토 유출입 자금 60%가 홍콩시장 통해 거래 이뤄져<br>"위안화 자유화땐 역할 커질것"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소규모 지역금융센터에 불과했던 홍콩은 반세기 만에 아시아 제1의 금융허브'로 성장했다. 2008년 리먼 사태를 무탈하게 막아낸 홍콩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서바이벌 게임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홍콩 금융1번지로 히는 중안에 유수의 글로벌 뱅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 있다.

한국증시가 개천절로 휴장한 지난 3일. 홍콩 항셍지수는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증폭되면서 770.26포인트(4.38%)나 폭락했다. 하락폭은 깊었지만 현지 분위기는 그리 침울하거나 흉흉하지 않았다. 홍콩 중안에 자리한 스탠다드차타드(SC)홍콩의 딜링룸. 이날 찾은 딜링룸의 풍경은 예상과 달리 활기찼다. 낯선 이방인을 의식하는 눈길만 있었을 뿐 100명이 넘는 딜러들은 주문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증시가 폭락하면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허탈한 표정의 딜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 차례에 걸친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온 홍콩 금융시장의 노하우가 축적된 듯했다. '아시아 제1의 금융허브' 홍콩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국면이 금융허브 역할을 굳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시도다. ◇선진시장이 아닌 이머징마켓에서 돌파구 찾아야=홍콩에서 만난 대다수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은 현 금융위기의 병인으로 유럽을 필두로 한 선진시장을 지목했다. 2008년 리먼 사태 때와 비교해 다른 점은, 당시는 은행 차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국가 차원의 문제라는 것. 이들은 이머징마켓을 금융위기의 돌파구로 상정했다. 현 금융위기의 전초전이었던 리먼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수의 선진시장이 리먼 사태의 여진으로 골골대고 있는 반면 중국ㆍ인도ㆍ남미 등의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여줬다. 쉬운 예가 SC다. SC는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성공비결은 간단했다. SC는 본사를 영국에 뒀지만 수익의 95% 이상을 동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 등 이머징마켓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먼 사태로 촉발된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씨티그룹ㆍ골드만삭스 등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홍콩 내 최대 라이벌인 HSBC가 미주 지역에서 투자손실을 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는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SC가 이머징마켓에 주안점을 둔 것이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며 "SC의 성공은 다른 글로벌 뱅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중국이 키워드=이머징마켓, 그 중에서도 중국은 홍콩 금융전문가들이 이번 서바이벌 금융게임을 읽어내는 핵심 키워드다. 중국은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수혜국이다. 매년 1,000억달러가 중국에 투자되고 중국 역시 매년 6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한다. 더구나 중국 본토로 유출입되는 자금의 60%가 홍콩시장을 통한다. 그만큼 홍콩에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홍콩의 금융전문가들은 특히 통화시장에 주목한다. 중국은 1996년 무역결제에서 위안화 거래규제를 완화했지만 자본계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장환율이 아닌 인민은행의 공식환율을 따르도록 규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자유화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기이익을 노린 핫머니의 급격한 유입 등 시장 변동성 확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안화 자유화가 곧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통화는 아직 이에 걸맞게 국제화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벤저민 홍 SC홍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체 교역량의 50%가 아시아 내에서 이뤄질 정도로 경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대다수 거래는 여전히 미국 달러화로 이뤄진다"며 "다만 이머징마켓에서 이뤄지는 무역거래를 반드시 달러로 할 필요는 없으며 이를 위안화로 대체하면 통화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시장은 위안화 자유화의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동성 보유한 은행이 결국 강자=유동성 확보는 또 다른 숙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홍콩시장 자체가 워낙 개방된 곳이다 보니 자금유입이 쉽게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변동성 역시 매우 높다. 높은 변동성을 견디는 데는 풍부한 유동성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회사들이 연이어 도산한 것도 학습효과로 작용했다. 홍콩이 리먼 사태를 무탈하게 막아낸 것도 평상시 유동성을 준비한 영향이 컸다. 홍콩의 대표적 위기대응책으로는 예대율 관리를 들 수 있다. 홍콩은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뜻하는 예대율을 60%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홍콩 은행들은 수익성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 곳간을 충분히 채워놓는다. 참고로 한국 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7%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당국이 예대율을 철저히 관리하는 데 비해 홍콩은 은행 스스로가 예대율을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상시에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티춘홍 SC홍콩 동북아ㆍ한국 지역 헤드는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자 고객들은 기초체력이 튼튼한 은행으로 몰렸고 홍콩 은행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앞으로는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강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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