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의회, 회계시스템 개혁숙제 슬쩍 넘어가면 안돼

공화당의 마이클 옥스레이(오하이오주) 하원 의원은 2년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바쁘게 오갔다.당시 SEC는 동일한 회계법인이 한 기업의 회계 감사와 컨설팅을 동시에 맡지 못하도록 하는 회계관련 개혁법안을 마련중이었는데, 그는 동료 의원 40여명과 함께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시켰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옥스레이 의원은 현재 엔론의 부실회계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개혁안을 마련해야 하는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현재 SEC는 각 기업이 회계 보고를 좀더 투명하게 하고, 또 회계법인은 회계 감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을 마련중이다. 과거와 달리 업계도 SEC의 움직임에 별다른 저항을 하고 있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엔론 사태는 미국의 회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느슨한 회계 원칙ㆍ불철저한 감독이 업계를 지배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은 회계법인의 능숙한 솜씨를 바탕으로 회계장부에 분단장을 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만 불투명한 기업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등 골탕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사회에 퍼지고 있는 회계 시스템 개혁의 높은 열망과 달리 의미있는 개혁안이 만들어 질 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수 십 년간 미국은 엔론 사태와 같은 금융 스캔들을 여러 차례 겪었으나 그 때마다 의회와 기업이 유착하면서 알맹이 없는 껍데기식 개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70년대에 있었다. 당시 수 차례에 걸친 금융 스캔들이 발생한 이후 회계 시스템 개혁에 대한 요구가 팽배했다. 그러나 업계는 자체적인 감독시스템 강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의회를 설득했으며, 의회는 이 같은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게 이빨 빠진 호랑이 격인 공공감시위원회이다. 이 기구는 단 한번도 감시대상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없다. 80년대에도 수없이 많은 금융스캔들이 있었으나 결국은 기업과 금융기관, 회계법인 입장을 반영하면서 개혁 요구가 희석됐다. 우리는 미 의회가 회계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최근 나서고 있는 것을 일단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의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여론 무마식 개혁을 할 경우 의회는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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