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엉터리 재무제표 검증 장치 없어


네오세미테크로 인한 후폭풍이 다른 우회상장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까지 전이되고 있다. 한때 유망 기업으로 각광 받던 기업이 한 순간에 200원도 안 되는 ‘잡주’로 추락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회상장기업 투자자들의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최근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 건으로 부실 우회상장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우회상장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현 우회상장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회상장기업 부실은 고질적 문제=26일 코스닥시장에서 정리매매 이틀째를 맞은 네오세미테크는 전거래일 보다 105원(35.59%) 내린 1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정리매매 하루 만에 96.53%나 폭락했지만 내림세가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주가가 1만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존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다. 네오세미테크의 정리매매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로 3일부로 코스닥시장에서 최종 퇴출된다.


우회상장기업이 부실한 경영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면서 투자자들을 속을 끓게 한 것은 네오세미테크가 처음이 아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우회상장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이날까지 상장폐지 예정인 네오세미테크를 포함해 총 16곳의 코스닥 우회상장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수가 164곳인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10곳 중 한 곳은 우회상장기업이었던 셈이다. 제도 도입 후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들어온 기업이 총 118개인 점을 감안하면 그 중 13.56%는 이미 퇴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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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물적분할에 나선 코스닥기업 123곳 중 28개사가 우회상장기업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우회상장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물적분할을 통해 헐값에 팔아버린 셈이다. 이 경우 이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사업 문할로 인한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현 우회상장기업제도 문제 많아=대다수 전문가들은 우회상장업체들이 줄줄이 부실기업으로 드러남에 따라 현 우회상장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재무제표 등 신규상장 보다 훨씬 진입장벽이 낮은 우회상장 요건만 갖추면 어느 비상장사라도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회계법인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기업과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마음대로 과대포장 하는 것이 가능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우회상장제도 만으로는 비상장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속출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회상장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도개선에 대한 요구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우회상장기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한 60대 투자자는 “금융당국에서 우회상장이 승인이 되면 투자자들은 이미 검증이 끝난 것으로 믿게 된다”며 “투자자들의 손해를 기업ㆍ금융당국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니 분통만 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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