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원전 수출공세 고삐죈다

사우디와 협정체결 합의 등 중동·亞시장 공략 가속


원전 수출경쟁에서의 '권토중래'를 꿈꾸는 일본이 새해 들어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오하타 아키히로 경제산업상이 사우디 정부와 원자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서기로 하는 등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작년 4월 원자력 에너지 정책 등을 담당하는 전담부서인 킹압둘라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를 설립하는 등 최근 원전 개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일본은 이번 협의를 추후 사우디 및 중동 각국에서의 원전 수주로까지 이어가겠다는 공산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중동은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 석유자원 보존을 위해 원전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며 "정부는 사우디와의 협력을 계기로 중동 원전수주 공세를 한층 강화할 태세"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 하반기 이후 중동 뿐 아니라 중국, 태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눈에 띄게 원전시장 공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중동에서는 지난해 9월에 각각 요르단, 쿠웨이트와 원자력 협력에 합의, 2025년과 2022년까지로 계획된 양국의 원자력 건설에서 일본 기업 진출을 뒷받침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중동ㆍ아프리카지역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100만㎾급 원전이 60기 가량 건설될 전망으로, 원전 수출뿐 아니라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까지 더해 집중적인 공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유리한 협상을 벌이고 있던 터키에서도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단독교섭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에서 1조엔(약 14조원)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수주를 성사시켰으며, 11월에는 일본원자력발전이 태국발전공사와 원전 신규도입 지원을 위한 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해 오는 2020년 이후 본격화할 태국의 원전 건설을 수주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도시바가 오는 2017년 실용화를 목표로 국영 원전 기업인 중국국가핵전기술공사(SNPTC)와 대형 원자로 공동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11개, 건설 중이거나 계획이 잡힌 향후 원전 건설은 총 36기에 달해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수 개월 사이 일본이 원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1기 원전 수주에 잇따라 실패한 '굴욕'이 계기가 됐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종전에 민간기업의 수주를 기업측에 일임한 채 수수방관하던 정부가 지난 10월 이후 눈에 띄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연속적인 굴욕이 전환점이 됐다"는 한 일본 관련업체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신문은 "원폭 피해국가인 일본은 지금까지 원전 수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지만 세계적인 원전 수요 증대와 온난화에 대응해 원자력 기술 보급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가기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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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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