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3일] 한심한 산업단지 도로망

‘더도말고 1분이면 충분.’ 삼성토탈ㆍLG화학ㆍ롯데대산유화 3사가 입주한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숨통을 죄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지난 10일 화물연대 충남지부 소속 차량들이 도로망을 장악하기까지는 불과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단지 입주업체들의 내수ㆍ수출용 물량 반출이 전면 중단됐다. 유화 3사 합계 연간 매출액은 12조~13조원이다. 하루에만 400억원어치의 유화제품을 차에 실어나른다. 도로가 막히자 부랴부랴 납품처에 납기지연을 통보했지만 이런 상황이 일주일을 넘기면 주요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바꾸기 시작한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영업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할 정도다. 2003년 화물대란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대산단지는 명색이 산업단지지만 진ㆍ출입로는 왕복 2차선 도로 단 한 개다. 그것도 논과 밭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는 ‘시골길’이다. 낭만은 넘칠지 몰라도 대형 트럭 2대가 마주칠 경우 속도를 줄이고 서로 눈치를 봐야만 지나갈 수 있다. 산업단지 진ㆍ출입로가 38번 국도와 만나는 교차로만 막으면 자전거 한 대도 빠져나갈 수 없다. 한심한 것은 이곳 유화3사가 벌써 10여년 전부터 도로여건 개선 필요성을 국회ㆍ정부에 건의했고 정ㆍ재계 간담회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안전과 환경을 위해서도 도로망 개선은 시급하다. 석유화학 제품 중 파라자이렌(PX), 스타이렌모노머(SM) 등은 맹독성 액상 제품이다. 시골길에서 트럭이 넘어져 쏟아질 경우 곧바로 환경 재앙으로 이어진다. 대산 유화단지는 울산ㆍ여수 등 국가ㆍ지방 산업단지와는 달리 민간산업단지로 출발했다. 이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에 맡긴다는 이유로 주변여건을 정비하지 않았고 이 같은 현실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들 유화3사는 연간 수천억원의 국세와 지방세를 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와 투자순위에서 밀린다는 공무원들의 말은 스스로의 무사안일에 대한 핑곗거리일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